‘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컬렉션’ … 6600억원어치 초호화 주얼리 세계 열린다

‘The Art of Jewellery: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展
12월6일~내년 3월16일 롯데뮤지엄
18일부터 얼리버드 예매 진행
세계적인 쥬얼리 컬렉터 카즈미 아리카와 소장품
日 건축가 쿠마 켄고가 전시 디자인 맡아
빅토리아 여왕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팔찌
사람들의 일상에 주얼리를 전파한 인물은 누구일까. 보석 전문학자들은 이 질문에 입을 모아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꼽는다. 귀족의 소유물로 여겨졌던 주얼리는 산업혁명을 겪으며 시민 계급에게도 전파됐다. 산업으로 돈을 벌게 된 자본가와 부유한 중산층이 등장하면서다.

이들은 당시 패션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빅토리아 여왕이 가진 주얼리를 따라 만들어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가 붉은 가넷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19세기 전반 영국에 가넷으로 만든 주얼리가 유행했을 정도다. 이후 주얼리는 소재와 기술, 디자인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성을 선보이며 진화했다. 국민들이 앞다퉈 모방했던 빅토리아 여왕은 친척과 주변 인물들에게도 주얼리를 선물할 만큼 보석을 사랑한 인물로 잘 알려졌다.
예카테리나 2세의 에메랄드 장신구
주얼리 선구자’ 빅토리아 여왕이 친척에게 선물했던 팔찌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실제 프랑스 나폴레옹이 자신의 정치 선전을 위해 사용했던 카메오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얼리 컬렉션’을 가진 한 남자의 수장고가 열리면서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얼리 컬렉터로 여겨지는 카즈미 아리카와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40여년 간 세계를 돌며 소장 가치가 높은 보석들과 주얼리들을 모아왔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주얼리의 가격만 6600억원에 달한다.

자신의 이름을 딴 컬렉션 명칭도 붙였다. ‘카즈미 아리카와 주얼리 컬렉션’이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영국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A)에 주얼리를 기증하며 그가 가진 컬렉션의 가치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아리카와의 주얼리 컬렉션을 두고 “당신은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가장 귀중한 주얼리 컬렉션”이라는 찬사가 나온 이유다.
외젠 푀이야트르가 만든 브로치
올 연말 서울 잠실에서 ’세계 최대 보석 수집가‘ 카즈미 아리카와 주얼리 컬렉션이 국내 관객을 만난다. 롯데뮤지엄에서 12월 6일부터 개막하는 ‘The Art of Jewellery: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에서다. 세계 최초로 현대 미술관에서 아리카와의 주얼리를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총 200여 점이 넘는 주얼리가 전시된다. 26세, 승려가 되고자 절에 들어간 아리카와는 불상과 불교 장식을 보며 보석과 조각의 세계에 눈을 떴다. 2년 만에 절을 박차고 나와 어머니가 작게 운영하던 보석 소매업을 도왔다. 그렇게 그의 ‘보석 인생’은 시작됐다. 그가 수집을 시작한 건 30대 초반 무렵이다. 런던 V&A 뮤지엄 주얼리 갤러리를 우연히 찾아 인생을 바꿀 만큼의 감동을 얻은 것. 그 이후 그는 보석 수집에 열을 올렸다. 특히 40년간 170여 개를 모을 정도로 보석 왕관 수집에 빠진 아리카와는 ’혼자의 힘으로 티아라의 가치를 급등시킨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아래] 앨런슨 공작 부인의 <산호의 티아라>
특히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가 전시 디자인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켄고는 관객이 다른 방해요소 없이 오직 주얼리의 아름다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어둡게 연출했다. 또, 오직 패브릭만 사용해 배경을 설치했다. 유약한 천과 단단한 보석 사이 물성의 대비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연출이다.전시를 통해서는 아리카와가 강조한 ‘예술로서의 주얼리’를 조명한다. 주얼리가 단순히 치장의 도구를 넘어서 정치, 경제, 예술 등 그 시대상이 담겨있는 인류의 유산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전시 전반에 걸쳐 주얼리에 담긴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도 함께 전개된다.

나폴레옹의 카메오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팔찌와 귀걸이를 비롯해 마리 앙투아네트의 딸인 앙굴렘 공작의 보석 장인이 만든 의 팔찌에 담긴 이야기를 작품과 함께 들으면 세계사의 큰 흐름을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다. 기원전부터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총 200여 점의 주얼리가 선사하는 작은 역사공부 시간인 셈이다.
앙굴렘 공작 부인의 팔찌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작품은 십자가 주얼리 조각 ‘CROSS’다. 작품엔 예수가 죽음을 맞이한 성 십자가의 나뭇 조각이 담겨 있다. ‘보석 조각의 라파엘로’라 불렸던 르네상스의 거장 발레리오 벨리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 세계에 단 3점만 남아 있기 때문에 더욱 희소성이 높다. 발레리오 벨리의 십자가 중 한 점은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에, 한 점은 바티칸에 소장되어 있으며, 나머지 한 점이 이번 전시에 출품된다. 이 작품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은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발레리오 벨리 <CROSS>
이밖에도 기원전 330년에 만들어진 올리브 황금 왕관, 러시아 예카테리나 2세의 보석 컬렉션,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보석 세트 등 흔히 볼 수 없는 진귀한 역사 속 주얼리들이 전시된다. 10월 18일부터 얼리버드 예매가 진행되며, 전시는 내년 3월 16일까지다.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토파즈와 다이아몬드 파뤼르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