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기본소득 재원’ 꿈꿨던 월드코인, 종합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선회[송영찬의 실밸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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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새로운 기술 인프라가 될 것입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시대의 기본소득 지급 수단’을 목표로 만든 암호화폐 월드코인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큰 논란을 불러온 홍채 인식 외에도 여권 등으로 신원 인증 수단을 확대하고, ‘인류를 위한다’는 목표에 걸맞게 AI의 악용을 막는 역할도 강화했다. 단순 암호화폐 지갑을 넘어 자체 메인넷을 기반으로 한 종합 블록체인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다.
그가 강조한 ‘규모 확장’의 방향은 두 갈래다. 우선 지난해 7월 월드코인 첫 출시 후 줄곧 암호화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사업을 신원 인증·금융·소셜미디어 등을 아우르는 종합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대폭 넓히는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메인넷에서 독립해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 ‘월드체인’을 공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암호화폐 지갑 역할에 그치던 ‘월드 앱’은 내부에서 메시지·게임·송금 등 다른 개발사의 미니 앱도 구동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개발자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자체 앱마켓도 내놓았다. 또 하나의 갈래는 가입자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월드는 이를 위해 신원 인증 수단을 근거리무선통신(NFC) 지원 여권까지 확대했다. 그동안 월드 앱에 신원인증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브’라는 기기를 통해 홍채를 인식해야만 했다. 사람마다 무늬·형태·색 등이 달라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1조분의 1 수준인 홍채야말로 AI와 구분되는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다는 철학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계 각국 정부는 TFH가 오브로 시민들의 홍채 데이터를 무단 수집한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가입자 확보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한국 개인정보위원회가 TFH에 개인의 홍채 정보를 해외로 이전한 걸 문제 삼아 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 제재보다 더 큰 걸림돌이었던 오브의 한정된 수도 대폭 늘린다. 현재 전 세계 41개국에 있는 3823개만으로는 ‘모든 사람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역부족었던 것이다. 월드는 이날 엔비디아의 칩셋 ‘젯슨’을 장착해 인식 속도를 약 3배 끌어올린 차세대 오브를 공개하고, 기기 수도 대폭 늘린다고 밝혔다. 월드코인 가입자 수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중남미에서는 현지 1위 배달앱 ‘라피’와 제휴해 오브를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는 배송 서비스까지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신원 인증 수단의 역할을 강조한 건 지난해 7월 출시 때와는 달라진 양상이다. 당시 올트먼 CEO는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사회적 지원은 필수적”이라며 먼 미래에 인간임을 인증하면 받을 수 있는 월드코인이야말로 기본소득 지급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그는 기본소득에 대해 다소 달라진 입장을 밝혔다.
그는 “19세 때 초기 기본소득 실험에 참여했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기본소득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용 지불 방법이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의 재난지원금과 자신이 2019~2022년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본소득 실험을 근거로 들며 “몇 년 간 내 의견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올트먼 CEO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처럼 단순히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으로 기본소득 재원을 만들 수는 없다”며 “수조달러를 국가 부채에 계속 더해가는 방식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월드는 AI 악용 사례를 막는 데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딥페이크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한 ‘딥페이스’ 기술이 대표적이다. 블라니아 CEO는 “베타버전으로 출시하는 딥페이스를 사용하면 화상회의에서 사용자가 보고 있는 사람이 실제 인간인지, 컴퓨터에서 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인지 확인할 수 있다”며 줌·구글 미트·MS 팀스 등 다양한 화상회의 플랫폼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수집 논란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과징금을 받은 것에 대한 대응을 묻자 “우선 우리는 절대 개인정보를 보관하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과징금을 낸 건 우리가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걸 인정해서가 아니라, 한국어 안내문 미제공 등 미흡한 서비스를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시대의 기본소득 지급 수단’을 목표로 만든 암호화폐 월드코인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큰 논란을 불러온 홍채 인식 외에도 여권 등으로 신원 인증 수단을 확대하고, ‘인류를 위한다’는 목표에 걸맞게 AI의 악용을 막는 역할도 강화했다. 단순 암호화폐 지갑을 넘어 자체 메인넷을 기반으로 한 종합 블록체인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다.
"인류를 위한 신원·금융 네트워크 구축"
17일(현지시간) 올트먼 CEO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툴스포휴머니티(TFH)의 첫 공식 행사 ‘새로운 세상(A new world)’에서 “나는 ‘의심스러울 때는 규모를 확장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월드코인 프로젝트의 공식 명칭을 ‘월드’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TFH는 올트먼 CEO와 물리학자 알렉스 블라니아가 공동 설립한 월드코인 운영업체다. 그는 이어 “우리 목표는 모든 사람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아직 전 인류의 99.9%가 남아있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규모를 확장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그가 강조한 ‘규모 확장’의 방향은 두 갈래다. 우선 지난해 7월 월드코인 첫 출시 후 줄곧 암호화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사업을 신원 인증·금융·소셜미디어 등을 아우르는 종합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대폭 넓히는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메인넷에서 독립해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 ‘월드체인’을 공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암호화폐 지갑 역할에 그치던 ‘월드 앱’은 내부에서 메시지·게임·송금 등 다른 개발사의 미니 앱도 구동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개발자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자체 앱마켓도 내놓았다. 또 하나의 갈래는 가입자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월드는 이를 위해 신원 인증 수단을 근거리무선통신(NFC) 지원 여권까지 확대했다. 그동안 월드 앱에 신원인증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브’라는 기기를 통해 홍채를 인식해야만 했다. 사람마다 무늬·형태·색 등이 달라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1조분의 1 수준인 홍채야말로 AI와 구분되는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다는 철학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계 각국 정부는 TFH가 오브로 시민들의 홍채 데이터를 무단 수집한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가입자 확보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한국 개인정보위원회가 TFH에 개인의 홍채 정보를 해외로 이전한 걸 문제 삼아 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 제재보다 더 큰 걸림돌이었던 오브의 한정된 수도 대폭 늘린다. 현재 전 세계 41개국에 있는 3823개만으로는 ‘모든 사람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역부족었던 것이다. 월드는 이날 엔비디아의 칩셋 ‘젯슨’을 장착해 인식 속도를 약 3배 끌어올린 차세대 오브를 공개하고, 기기 수도 대폭 늘린다고 밝혔다. 월드코인 가입자 수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중남미에서는 현지 1위 배달앱 ‘라피’와 제휴해 오브를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는 배송 서비스까지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기본소득' 대신 '신분증' 강조
이날 올트먼과 블라이니 등 두 공동창업자가 가장 강조한 건 ‘신원 인증’이다. 탈(脫)중앙화가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에서 가장 안전한 신원 인증 수단이 되겠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만과 말레이시아 정부와는 디지털 신분증 사업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블라이니 CEO는 “예를 들어 현재 인터넷에서 성인임을 인증하기 위해서는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사실상 모든 개인정보를 적어야만 한다”며 “블록체인 기반의 월드ID는 개인 정보를 모든 곳에 일일이 알려줄 필요가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월드 ID는 정부 발급 신분증을 초월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를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신원 인증 수단의 역할을 강조한 건 지난해 7월 출시 때와는 달라진 양상이다. 당시 올트먼 CEO는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사회적 지원은 필수적”이라며 먼 미래에 인간임을 인증하면 받을 수 있는 월드코인이야말로 기본소득 지급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그는 기본소득에 대해 다소 달라진 입장을 밝혔다.
그는 “19세 때 초기 기본소득 실험에 참여했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기본소득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용 지불 방법이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의 재난지원금과 자신이 2019~2022년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본소득 실험을 근거로 들며 “몇 년 간 내 의견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올트먼 CEO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처럼 단순히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으로 기본소득 재원을 만들 수는 없다”며 “수조달러를 국가 부채에 계속 더해가는 방식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월드는 AI 악용 사례를 막는 데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딥페이크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한 ‘딥페이스’ 기술이 대표적이다. 블라니아 CEO는 “베타버전으로 출시하는 딥페이스를 사용하면 화상회의에서 사용자가 보고 있는 사람이 실제 인간인지, 컴퓨터에서 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인지 확인할 수 있다”며 줌·구글 미트·MS 팀스 등 다양한 화상회의 플랫폼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수집 논란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과징금을 받은 것에 대한 대응을 묻자 “우선 우리는 절대 개인정보를 보관하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과징금을 낸 건 우리가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걸 인정해서가 아니라, 한국어 안내문 미제공 등 미흡한 서비스를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