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대출 규제 '잠정 중단'

실수요자 반발에 한도 축소 유예
생애 첫 주택 'LTV 70%'로 축소
국회 "유예 아닌 전면 철회해야"
정부가 오는 21일 시행할 예정이던 디딤돌대출의 한도 축소 조치를 잠정 유예하기로 했다. 대출 가능 금액이 갑자기 수천만원 줄어들어 자금 계획이 꼬이게 된 서민 실수요자의 항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날 은행권에 디딤돌대출 취급 제한 조치 시행을 잠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디딤돌대출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는 정책금융상품이다. 국내 5대 은행은 국토부의 협조 공문을 바탕으로 21일부터 디딤돌대출 문턱을 일부 높일 예정이었다.소액임차보증금인 ‘방 공제’를 필수 적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 가능 금액에서 세입자를 위한 최우선변제금액인 소액임차보증금만큼을 빼고(방 공제) 실제 대출이 나왔다. 공제금액은 서울 5500만원, 과밀억제권역 4800만원, 광역시 2800만원, 기타 2500만원 등으로 지역마다 다르다.

그동안 디딤돌대출에선 이 같은 소액임차보증금 차감이 적용되지 않았는데, 앞으론 방 공제를 시행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즉 디딤돌대출 차주의 대출 가능 금액이 수천만원씩 줄어든다는 얘기다. 또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 때 최대 80%까지 적용하던 디딤돌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낮추기로 했다.

후취담보대출 취급 제한 조치도 논란이 됐다. 준공 전 신축 아파트에는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시행사 등에서 주선하는 집단대출 같은 대안이 있긴 하지만 디딤돌대출보다 금리가 높을 공산이 크다. 아파트를 분양받아 디딤돌대출로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려던 수요자 사이에서 “서민은 새 아파트에 살지 말라는 말이냐” 등 불만이 나왔다. 디딤돌대출 수요자 A씨는 “정부가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상품을 충분한 안내도 없이 갑자기 조이려 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국토부는 기금의 건전성 확보 측면에서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 관계자는 “디딤돌대출 관련 변경 내용을 바로 적용했을 때 생길 혼란 등을 감안해 준비 기간을 더 두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디딤돌대출은 서민의 동아줄”이라며 “(잠정) 유예를 넘어 전면 철회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