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화하는 중국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Andy Kessler WSJ 칼럼니스트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 올초 헝다그룹은 3000억달러 빚을 지고 강제 청산됐다. 중국에는 약 9000만 가구의 아파트가 비어 있는데 이 중 상당수는 인구가 적은 ‘유령 도시’에 있다. 비구이위안, 판타지아홀딩스 등 다른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도 위기를 겪고 있다. 중국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9월 중국 공장 활동은 5개월 연속 감소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장기 성장률이 2010년 10% 이상에서 현재 4% 미만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일본의 성장률도 비슷하게 둔화했다. 지난달 중국은 이자율과 모기지 금리, 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대규모 부양책을 꺼내 들었다. 이 덕분에 상하이 종합지수는 25%가량 상승했다. 이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 속에 증시는 다시 약 8% 하락했다.

부양책만으론 역부족

일본도 수십 년간 통화 및 재정 부양책으로 경제를 부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일본 은행들은 부실 대출로 가득 찼고, 부실 대출을 탕감하는 대신 서류상 멀쩡해 보이도록 신규 대출을 중단해 ‘좀비 은행’으로 만들었다. 중국은 일본의 길을 가는 걸까? 중국에 비어 있는 아파트 9000만 가구의 가치는 18조달러로 추정된다. 이들 대출은 수조달러에 이르고, 부실화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중국의 부실 대출 비율은 1.6%에 불과한데, 믿기 어려운 수치다.안도할 소식은 중국의 국내 저축률이 높다는 것이다. 어쩌면 부실 대출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여전히 저수익·저생산성 국유기업이 지배한다. 현재 폐기된 한 자녀 정책으로 중국은 ‘고령화의 저주’를 받고 있다. 생산성 높은 기업이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중국 정부는 금융, 무역, 게임 분야 규제로 해당 기업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1990년대 일본과 달리 중국은 부유하지도 않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여전히 멕시코보다 낮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할 고율 관세를 중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잃어버린 10년' 오나

중국 정부는 대출 문제도 안고 있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85%에 육박한다. 민간 비금융 부채는 GDP의 205%에 달한다. 이 중 달러 표시 부채는 약 1조1000억달러다. 중국은 의도적으로 미국 달러를 버리려고 한다. 2013년 1조3200억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올해 7월 7760억달러로 감소했다. 1997년과 1998년 글로벌 통화 위기를 떠올려본다면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심지어 러시아까지 달러 표시 부채와 통화가치 폭락으로 대출금을 상환할 방법이 없었다. 통화 가치 폭락을 방어하려면 미국 달러를 보유해야 한다. 대신 중국은 금, 석유, 구리 등을 비축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움직임이 둔화하는 수출 증가세를 회복하려는 중국의 통화 평가절하 전조로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중국에서 자본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중국의 성장률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릴 수 있고, 아무리 저축해도 일본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진핑은 ‘공동 번영’과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를 외치는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주의자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국에서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없는 자본주의는 결국 자본주의가 아니다.

원제 ‘China Is Turning Japane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