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현대차 배우려는 중국이 무서운 이유

현대차처럼 상품성 키운다는 中
韓 노사, 한마음으로 대응해야

신정은 산업부 기자
“현대자동차·기아의 지난해 판매대수는 730만 대에 이른다. 이익(지난해 26조7000억원)도 엄청 낸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업계의 전체 이익은 600억위안(약 11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정부 보조금 등 허수가 많다.”

중국 자동차업계 거물인 웨이젠쥔 창청차(그레이트월모터스) 회장의 소신발언이 중국에서 화제다. 지난 16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차업계는 수익성과 상품성부터 높여야 한다”고 반성문을 써서다. 창청차는 중국 10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로 170여 개국에 차량을 수출하고 있다.중국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처음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 한 해 생산량은 3016만 대에 달했다. 하지만 벌어들인 돈이 현대차·기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웨이 회장은 ‘국뽕’에 취한 중국 자동차업계가 으스댈 게 뭐가 있냐며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중국에선 별볼일 없는 브랜드가 된 현대차지만, 글로벌 무대에선 중국차를 압도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자동차 거물이 던진 한마디에 국내 자동차업계는 “두렵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그의 발언이 중국차가 상품성을 끌어올리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런 조짐은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다. 비야디(BYD)가 그렇다. 이 회사 전기차의 매력은 그저 저렴한 가격뿐이 아니다. 그럴듯한 디자인과 괜찮은 성능이 없었다면 단숨에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가 될 리가 없다.

지금은 현대차·기아가 잘나가고 있지만, 언제든 중국 전기차의 공습에 휘청거릴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엔 중국차 이슈는 다른 나라 얘기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는 지난 11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고, ‘무노조·무파업’을 약속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노조도 파업 군불을 지피고 있다. 이들 노조는 1억원 수준인 현대차·기아 직원 평균 임금과 비교하며 “월급이 적다”고 불평한다.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데, 기업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2000년대 후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는 디트로이트를 떠났고,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87년 만에 본토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 자동차 기업들이 저렴한 인건비와 탄탄한 내수시장을 갖춘 중국차와 가격만으로 승부할 수 없는 일이다. 더 뛰어난 상품성과 더 매력적인 가격으로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배터리·디스플레이처럼 자동차도 언젠가 중국에 따라잡히는 날이 올 수 있다. 그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첫걸음은 노사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