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훈풍에 '효자' 노릇한 낸드…4분기부터 주춤?

1∼3분기 상승 낸드 가격, 4분기엔 한풀 꺾일듯
AI 수요에 기업용 SSD 가격 소폭 상승세…"일부 제품 부진 상쇄"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해 초 반등에 성공한 메모리 반도체 낸드플래시(이하 낸드)가 오는 4분기에는 가격 하락 등으로 성장세가 다소 주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다만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라 서버에 쓰이는 고부가 제품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의 수요는 여전히 견조해 일부 제품의 가격 하락세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최대 20%를 웃도는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추이를 보였던 낸드 가격이 4분기부터는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하락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낸드의 ASP가 전 분기 대비 5∼10% 올랐으나, 4분기에는 3∼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지난해까지 낸드는 가격 하락, 업황 둔화 등의 악재가 겹치며 실적을 갉아먹는 '아픈 손가락'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AI 서버를 확대하자 고성능·고용량 저장 장치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이에 따라 올해 초 기업용 SSD가 크게 주목받으며 낸드는 전체 반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효자' 역할을 했다.실제로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낸드 사업은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1∼3분기 연이어 상승세를 보였던 낸드 가격이 4분기에 한풀 꺾이는 것을 두고 '반도체 겨울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가격 하락이 범용 제품에서 나타나고, 수익성이 높은 기업용 SSD에서는 소폭이나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체들의 전체 실적 개선세에는 문제가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 종류별 4분기 가격 하락률 전망치는 내장형 멀티미디어카드(eMMC)·범용 플래시저장장치(UFS) 8∼13%, 소비자용 SSD 5∼10%, 3D 낸드 웨이퍼 10∼15% 등이다.

반면 기업용 SSD는 유일하게 4분기에도 가격이 0∼5% 오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반도체 업체들의 3분기 확정 실적이 나오기 전이지만, 기업용 SSD를 중심으로 낸드는 선전했을 것"이라며 "업체들이 기업용 SSD 등 선단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재고관리를 해오고 있어 4분기에도 범용 제품 가격 하락세를 막아내고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용 제품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 매출 236억달러를 기록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대만 TSMC의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는 1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발(發) 수요는 진짜이며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마이크론이 2025 회계연도 1분기(9∼11월) 기업용 SSD 수요 강세로 사상 최대 낸드 매출액을 달성하는 등 탄탄한 AI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기업용 SSD를 중심으로 AI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9세대 트리플레벨셀(TLC) 양산 4개월 만에 '1테라비트(Tb) 쿼드레벨셀(QLC) 9세대 V낸드'를 업계 최초로 양산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서버용 SSD 출하량은 전년 대비 80% 증가하고, 하반기 서버형 QLC SSD의 비트 판매량은 상반기보다 3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재 서버형 QLC SSD 시장의 메인 볼륨인 16TB(테라바이트)·32TB 제품에 이어 연내 64TB·128TB 제품도 라인업에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321단 TLC 및 QLC 4D 낸드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솔리다임은 QLC 기반 고용량 60TB eSSD로 고용량 SSD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김석 SK하이닉스 낸드마케팅 담당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에서 "연간 회사의 기업용 SSD 매출액은 작년 보다 약 4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며 "올해 기업용 SSD 매출 비중을 (전체 낸드 매출의) 절반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