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자의 눈물 [윤현철의 Invest&Law]

만기돼도 환매 어려워 원금 손실 우려
생소한 비용·규정 유의해 신중히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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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가 2022년 10월부터 공식적인 강세장으로 들어선 지 3년째로 접어들면서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습니다. S&P 500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SPY, VOO 등의 최근 5년간 수익률은 무려 95%에 달하는 반면, 이런 강세장 속에서도 유독 수익률이 겨우 본전 수준인 ETF가 있으니 바로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ETF(VNQ)입니다.이렇게 미국의 리츠 ETF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에 이어지고 있는 미국 상업용 건물의 공실률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도 수년 전부터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글로벌 기업의 사옥용으로 임차하는 부동산 펀드' 또는 '글로벌 호텔 그룹에서 운영을 맡아 하는 부동산 펀드'로 홍보되며 판매됐습니다. 그러나 미국 부동산 펀드는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보장할 수 있을 것처럼 홍보된 것과 달리 만기가 되어도 환매가 어려운 경우가 있어 국내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이 우려됩니다.

미국 리츠 ETF 수익률이 5년간 본전 수준이라는 점을 볼 때 상식적으로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 역시 본전은 회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알지 못했던 비용'과 '투자자들이 알지 못하였던 규정'에 있습니다.

국내보다 높은 중개 수수료 등 유의해야

단순히 투자 대상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해 발생한 손실이라면 처음부터 투자자들이 예상 가능했겠지만, 부동산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에도 투자자가 예상치 못한 비용과 규정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상당 폭으로 상승하지 않는 한, 처음부터 구조적인 손실이 예정된 경우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알지 못하였던 비용'에는 임차인 지원비용(TI), 임대차 브로커 수수료(LC), 법률자문보수, 매입보수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상업용 부동산 취득 시 부동산의 취득세(4.6%)와 중개수수료(0.9%) 외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반면 미국은 상업용 부동산을 구매해 임차인에게 임대할 때 임대인이 막대한 TI(Tenant Improvement)를 부담하도록 합니다. TI란, 쉽게 말해서 임차인의 니즈(needs)에 맞도록 건물 인테리어 등을 해주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임차인이 스스로 필요한 인테리어를 하고 임대인은 공사 기간 동안 렌트프리(rent-free) 정도의 혜택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은 대형 상업용 부동산의 장기임대차계약 시 임대인이 막대한 규모의 TI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1억 달러가 넘는 대형 건물의 TI 비용이 1000~2000만 달러 이상이 되는 사례가 있을 정도이니, 국내 일반 투자자로서는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부동산의 중개 수수료도 국내는 부동산 가액의 0.9%로 상한선이 제한되지만, 미국에선 통상 5~7%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벌리힐즈 선셋 스트리트를 비롯한 로스앤젤레스(LA)의 초고가 주택 매매를 취급하는 중개회사의 에피소드를 다룬 넷플릭스 리얼리티 프로그램 '셀링 선셋'을 보면 중개회사 사장이 중개인들을 모아 놓고 "나는 자네들이 앞으로 중개수수료 5%인 거래보다는 7%인 거래에 집중해 주었으면 하네"라고 교육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국내 대비 고액인 부동산 중개 수수료 역시 국내 일반 투자자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비용 중 하나일 것입니다. 다만, 미국에서 부동산 거래 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는 주로 매도인이 부담하므로, 부동산 펀드에서는 해당 자산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이 밖에 미국 부동산 취득 시에는 LC(Leasing Commission)가 발생합니다. 대상 부동산을 실사하고 제반 계약서를 검토하기 위해 미국 현지 로펌을 선임해야 하며, 해당 로펌의 보고서를 분석·검토하는 역할을 맡길 한국 로펌도 별도로 선임해야 합니다. 또한, 해외 현지 자산운용사의 수수료는 펀드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출을 일으켜서 매입할 자산(부동산)의 가액을 기준으로 보수를 산정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금액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 투자자가 5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해외 금융기관에서 1억달러를 대출받아 1억 5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경우,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 매입한 부동산의 가격은 1억 3000만달러 수준이고 나머지 2000만달러는 TI, LC, 법률비용, 금융 수수료, 자산운용사 수수료 등으로 취득과 동시에 소진되는 구조입니다. 만약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지 않으면 부동산 취득과정에서 소요된 2000만 달러는 결국 5000만 달러를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원금에서 공제될 수밖에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펀드 투자와 동시에 40% 정도는 손실을 보고 시작하는 셈입니다.

DIL, NNN…알쏭달쏭한 부동산 계약 규정

투자자들이 알지 못했던 규정에는 부동산소유권양도제도(DIL), 트리플넷(NNN), Dark Premise, Lease Sweep 등이 있습니다.

DIL(deed in lieu) 옵션이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 이후 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한 경우, 차주가 대주(금융기관)에게 “대출채무에 대한 담보권 실행에 갈음해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해 가라”고 청구해 대출금 채무를 면제받는 방식입니다. 대상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감정평가를 통해 대출 원리금을 공제한 금액을 정산해야 후순위 투자자인 국내 투자자들이 일부라도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인데, 부동산을 통째로 대출은행에 넘겨버리니 해외 운용사는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만 국내 후순위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지는 구조입니다.

NNN(Triple Net Lease)은 세금(Net Property Tax), 보험(Net Insurance), 건물 유지보수비용(Net Common Area Maintenance)을 임차인이 부담하는 조건인데, 펀드 투자자들은 NNN 조건으로 안정적인 임대소득이 보장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미국 임대차계약에선 Dark Premise 조항을 약정해 임차인이 건물의 임대료를 정상적으로 지불하면 건물에서 철수할 수 있는 옵션을 부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임차인이 철수하면 그때부터 세금, 보험, 건물 유지보수비용 등의 부담 주체가 임대인으로 전환되면서 펀드에서 지출해야 할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것입니다.

Dark Premise 조항이 발령되는 경우 임차인이 지급하는 임차료를 대출금융기관의 에스크로 계좌(escrow account)에 입금하도록 하는 Lease Sweep 조항을 약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원래대로라면 펀드의 수익으로 투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분배될 수익금이 선순위 대출금융기관의 대출 상환 재원을 위해서 적립되므로 투자자들에 대한 분배금을 지급이 중단됩니다.

이처럼 국내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한 계약 규정 때문에 예측하지 못하였던 비용이 발생하고 결국 펀드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현지 자산관리회사만 수수료로 이득…투자자 구제책은 사실상 미비

해외 부동산 펀드의 투자자들에게 구제책이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통상 투자자들은 착오로 인한 취소를 원인으로 판매사를 상대로 펀드 가입금액 반환청구를 하거나 투자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됩니다.

현재 법원은 착오 취소 주장에 대해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고지하였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내용 또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아 심리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부동산 펀드 판매는 미국 부동산 거래 특유의 비용 구조와 계약 조건이 투자자에게 제대로 설명·고지됐는지가 착오로 인한 취소 가능 여부의 주된 쟁점이 될 것입니다.

최근 미국 라스베가스 호텔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와 관련해 DIL 조항 미고지를 이유로 국내 기관투자자가 판매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제1심법원은 “DIL은 메자닌 채권자가 선순위 채권을 매수할 수 있는 매입권한(Purchase option)은 메자닌 채권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장치로써, 미국의 표준화된 대주간 계약서에도 반영돼 있는 내용으로 보인다” 등의 이유로 청구를 기각(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41740 판결)해 미국 부동산 거래 특유 제도를 미고지한 점에 대해서 다소 소극적으로 판단했는데,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로 인한 피해자와 수혜자는 누구일까요?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물론 수년째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의 개인투자자입니다. 국내 펀드 판매사들은 현재까지 개인투자자들과 사이에 원금을 일부 보상하는 사적 화해를 하거나 또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국내의 운용사 역시 판매사들로부터 구상 청구를 당하는 등 법적 분쟁 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국 부동산 사모펀드로 인해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반해 부동산 펀드의 업무를 수탁받은 해외 현지의 자산관리회사는 아무런 리스크 없이 매년 자산관리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현지 자산관리회사만 유일한 승자인 셈입니다. 과연 이 사건의 손실은 누구에게 귀결되는 것이 올바른 금융시장의 모습일까요?
윤현철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ㅣ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45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35기로 수료했다.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에서 금융법을 전공했으며, 런던 퀸메리대학교 로스쿨 상법연구소 방문학자 과정을 마쳤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및 경영권 분쟁, 기업 인수 자문, 부동산 금융 자문, 국내외 투자 펀드 관련 손해배상청구 등 금융 부문에서 독보적인 경험과 실력을 갖춘 변호사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