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놀랍고 좋은 것…그래서 축제이자 선물"
입력
수정
지면A29
우르스 피셔 'Feelings' 展
베네치아 비엔날레 단골 작가
10여년간 만든 주요 작품 전시
"작품서 강렬한 감정 느껴보길
유쾌함이든 죄책감이든 뭐든"
서울 성북동 제이슨함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피셔의 개인전 ‘Feelings’는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는 자리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 년간 피셔가 만든 주요 조각, 사진, 회화, 설치작품을 전시했다. 피셔가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한경과 만났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나’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소개한다고 생각하고 작품 세계 전반을 폭넓게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키워드는 ‘낯설게 보기’
전시장 외관부터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마치 낡은 건물에 흰색 페인트를 엎은 듯하다. 함윤철 제이슨함 대표는 건물을 허물고 갤러리를 새로 지으려 했지만 계획을 바꿨다. 피셔가 “독특해서 오히려 좋다”며 흰 페인트를 칠해 건물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전시장 문을 열면 피셔의 대표 연작 ‘프로블럼 페인팅스’가 눈에 들어온다. 할리우드 영화 속 커플의 초상화 위에 베이컨을 올려놓은 듯한 그림이다. 흔한 음식이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상해버리는 베이컨을 통해 피셔는 ‘사랑도 영원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반면 인비저블 마더는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를 안고 있는 전통적인 ‘피에타 작품’이다. 다만 작품에는 성모 마리아가 빠져 있고, 예수는 해골과 같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이 그만큼 자식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표현했다.
“예술은 시대와 의미를 초월”
그에게 작품 세계를 한마디로 정의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어렵다”고 했다. 대신 그는 자신의 예술관을 설명했다. 그는 “100년 전 만들어진 미술 작품을 본다고 생각하면 당시 작가의 생각과 의도, 상황 등을 어렴풋하게는 상상할 수 있지만 완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작품을 보고 감동받는다”고 했다.그렇다면 그가 바라보고 작품에 담으려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축제이자 선물”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삶은 좋은 것이고 놀라운 것입니다. 이번 전시의 이름인 ‘Feelings’처럼 관객이 작품을 보고 강렬한 감정을 느끼길 바랍니다. 유쾌함, 수치심, 죄책감 등 무슨 감정이든 좋습니다. 그게 바로 삶이니까요.” 전시는 12월 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