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이자비용 1조달러 돌파…26년 만에 최대, GDP의 3.9%

국방비·의료보험보다 지출 커
재정적자 팬데믹 제외 역대 최대
미국 정부의 국채 이자비용이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서며 연간 재정적자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지난 18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동안 미국 정부가 지출한 국채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9% 증가한 1조133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자비용이 1조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으로,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험)와 국방비 지출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자비용 비중은 3.93%로 1998년 이후 가장 높았다. 로이터통신은 이자비용이 급증한 배경으로 고금리 환경, 국가부채 총액이 늘어난 점을 꼽았다. 미국 국가부채는 7월 기준 사상 처음으로 35조달러를 돌파했다.

연간 재정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약 8% 늘어난 1조8330억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2021회계연도를 제외하면 사상 최대치다. 이자비용과 함께 각종 프로그램 지출이 급증하면서다. 사회보장연금 지출은 전년 대비 7% 늘고 국방비와 메디케어 지출은 각각 6%, 4%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가부채가 미국 경제에 최대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나틱시스은행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20개국 재정 자문가 2700명 중 64%가 미국 국가부채를 경제에 대한 위험 요소로 꼽았다. 지정학적 불안(62%)과 인플레이션(61%), 미·중 갈등(61%)이 뒤를 이었다.재정적자 확대 경고에도 미국 대선 후보들은 세금을 줄이고 지출을 키우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날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찰관·소방관·군인의 세금 납부를 면제하는 방안을 두고 “생각해볼 만하다”고 답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지금까지 논의된 감세안 중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브 굿셀 나틱시스은행 전무이사는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국가부채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