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잘 아는 일은 어렵다. 태어났을 때부터 너무 당연하게 '안다'고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에 대해 잘 알기 위한 노력은 타인을 잘 알기 위한 노력보다 소홀하다. 또한 그렇기에 자신이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편안해하는지, 좋아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너무 당연하게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잘 모르는 공간, 그렇기에 어려운 공간이 '주거 공간'이다.
오피스나 문화공간처럼 전문성을 갖고 있는 공간들은 그 실체를 알기 전부터 어렵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설계하려고 하면, 글을 쓰려고 하면, 무언가를 바꿔보려고 하면 가장 어려운 공간은 주거 공간이다. 주거 공간은 누군가의 계속되는 일상, 즉 삶 자체를 담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주거 형태는 '아파트'이다. 이 아파트는 살기 위한 공간이면서도 투자가치의 대상이자 브랜딩의 대상이기도 하다. 단순히 누군가의 삶을 담기 위해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이러한 주거 유형이 과연 살기에 적합한 주거인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람이 살기 위한 방식, 즉 주거 공간에 대한 다양한 제안은 오랜 기간 동안 많은 디자이너들이 고민하고 제시해왔다. 이들 중 사는 사람의 삶의 방식을 가장 잘 담은 집이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임스하우스(Eames House, 1949)이다.
이렇게 산업용 자재로 만들어진 두 개의 직육면체 매스는 극대화된 기능주의의 결과인 듯하지만, 그 내부에는 부부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물건과 디자인한 가구들이 꽉 채우고 있어 부부의 취향과 생활감이 풍성하게 펼쳐진다. 이처럼 임스하우스는 사는 사람의 생활관과 취향, 시대 상황, 주변 경관을 총체적으로 반영하여 만들어진 집이다. 그리고 이것이 모두에게 좋은 집이라기보다, 이 부부에게 최적화된 집이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