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로, 드레서로 … 노년의 최후 전하는 전무송-송승환 연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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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지듯 말년에 깨닫는 인간의 숙명낙엽이 지고 자연이 잠자리에 드는 계절이다. 가을처럼 언젠가는 시들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두 원로배우가 연극 무대에서 그려낸다.
송승환 주연 '더 드레서'
셰익스피어 극단의 노배우 통해
노인의 고독 그려내
국립정동극장, 11월 3일까지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 그린 '더 파더'
전무송과 친딸 전현아가 작중 부녀로 등장
세종문화회관, 11월 15일~12월 8일
전쟁 중에도 공연을 멈출 수 없는 노배우… 송승환의 <더 드레서><더 드레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영국의 한 극장에서 펼쳐진다. 주인공은 영국 셰익스피어 극단의 노배우. 그의 곁에는 16년째 함께한 드레서 '노먼'이 있다. 드레서란 배우의 의상을 갈아입는 걸 도와주고 옷을 관리하는 보조자이지만 노먼은 그 이상으로 헌신하며 배우를 보필해왔다. 무려 227번째 '리어왕' 공연을 앞둔 어느 날 노배우는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감독과 단원들의 만류에도 극을 진행하려고 하지만 노배우는 첫 대사부터 잊어버린다. 몸과 정신이 낡고 닳은 노인이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며 느끼는 고독과 고뇌가 담긴 인물이다.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로널드 하우드의 작품이다. 실제로 연극 드레스로 일했던 작가의 경험담이 이 연극의 바탕이 됐다. 1980년에 초연한 후 1983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져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다. 2015년에는 앤서니 홉킨스, 이안 맥켈런 주연의 TV 시리즈로도 제작됐다. 한국 무대에는 극단 '춘추'가 1984년 처음 한국 관객에게 선보였다.3년 만에 돌아온 '더 드레서'는 2020년, 2021년 공연 당시 캐스팅이 그대로 돌아왔다. 올해로 만 67세를 맞은 베테랑 배우 송승환이 주인공 노배우, 오만석과 김다현이 드레서 노먼 역을 맡는다. 연극 '더 드레서'는 11월 3일까지 서울 정동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한다.전무송·전현아 부녀가 연기하는 치매 노인과 그의 딸, '더 파더'<더 파더>의 주인공은 치매에 걸린 80세 노인 ‘앙드레'다. 어느 순간 30년 넘게 살아온 자기 집이 낯설게 느껴지고 자신의 기억이 현실인지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자신을 찾아온 손님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물건이 계속 사라진다. 첫째 딸 '안느'가 자기 딸이 맞는지 의심하는 지경에 이른다. 일상이 무너져가면서도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아버지로서 품위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기억과 자아 성찰을 고민하는 작품이다.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희곡으로 2012년 초연 후 프랑스 최고 연극상 몰리에르상의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앤서니 홉킨스 주연의 동명 영화는 2021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각색상까지 휩쓸었다.2023년 한국 초연 무대에 오른 후 1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실제 부녀 배우가 아버지 안드레와 그의 딸 안느 역을 연기한다. 극 중 안드레와 비슷한 연배인 83세 원로배우 전무송이 앙드레, 전무송의 친딸 전현아가 안느를 분한다. '더 파더'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11월 15일부터 12월 8일까지 볼 수 있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