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인증·교정 강자 'HCT'…"K방산 힘입어 美 진출" [원종환의 中企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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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재 에이치시티 대표 인터뷰시험인증은 국내외에서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안전성과 편리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말한다. 국가마다 정해진 품질과 안전, 환경 규제를 충족해야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서다. 교정은 해마다 여러 측정기와 계측기를 점검해 균일한 성능으로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EMC 시험인증 점유율 1위
F-35 부품 교정서비스 지원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인 에이치시티(HCT)는 시험인증과 교정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민간 기업이다. 정부의 허가를 받아 2018년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의 시험인증을 진행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국인정기구(KOLAS)와 미국인정기구(A2LA)가 동시에 인정한 국제공인 시험기관은 이 회사뿐이다.허봉재 에이치시티 대표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방산과 자동차, 바이오 등 여러 산업에서 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통신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접목한 신사업으로 5년 안에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에 맞먹는 회사 규모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삼성 등 594곳이 인정한 시험인증 능력
올해 에이치시티의 시험인증을 받는 회사는 총 594곳에 달한다. 현대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KG모빌리티 등 67개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전자파적합성(EMC) 시험인증은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월엔 미국 3대 완성차 업체로 꼽히는 스탤란티스의 EMC 시험인증 자격을 얻기도 했다. 지난달엔 전자파로 설비의 이상 징후를 파악하는 특허를 출원했다.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시험인증을 대신할 수 있는 점도 에이치시티의 강점이다. 이 회사는 2013년 FCC의 허가를 받아 시험인증을 대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허 대표는 "우리가 발행한 인증서가 FCC 인증과 같은 결과를 보장할 수 있도록 매년 까다로운 감사를 받고 있다"며 "해외 진출을 원하는 기업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강점을 활용해 2021년 들어 방산 분야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5세대 스텔스전투기 F-35 부품을 정비하는 데 사용하는 장비를 교정하는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사이버보안 성숙도 모델인증(CMMC) 레벨 1 인증을 취득했다. 2025년부터 미국 국방 사업에 참여하려면 이 인증이 꼭 필요하다.
방산, 바이오 등 신사업 개척 드라이브 나서
지난 3월에는 방산신뢰성센터를 준공해 대형 방산 제품을 시험인증할 수 있는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고정밀 레이더인 해상감시레이더-Ⅱ, '차세대 이지스함'으로 평가받는 광개토-Ⅲ 배치(유형)-Ⅱ 윈치(도르래로 감는 장치)조립체, 국지방공레이더 등이 이 회사의 손길을 거쳤다.허 대표는 "100㎓(기가헤르츠) 대역 이상의 안테나 장비도 교정할 수 있는 기술력으로 첨단 무기에 탑재하는 고주파 통신장비에 주목하고 있다"며 "K방산 인기에 힘입어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 보잉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바이오 분야도 에이치시티가 주목하는 신사업이다. 이를 위해 2022년 호서대와 임상시험수탁(CRO) 합작법인을 세웠다. 환경독성시험 분야 등 총 24개 분야에서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시험인증을 할 수 있는 권한을 현재까지 확보했다.
허 대표는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품질보증실이 분사하며 탄생한 에이치시티의 창립 멤버다. 에이치시티의 이수찬 회장과 권용택 H&H바이오 대표가 또 다른 창립 멤버다. 허 대표는 "스마트폰이 폴더폰과 비교해 기능이 늘어난 만큼 시험인증, 교정을 해야 할 범위와 분야가 늘어났다"며 "업계 전망이 무궁무진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에이치시티의 경영 실적도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연결 기준 438억원의 매출과 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2%, 69.4% 오른 수치다.허 대표는 "미국, 인도네시아 등 현지 법인들의 실적을 합하면 올해 매출이 크게 오를 전망"이라며 "오대양 육대주에 거점을 만들어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