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을이 되면 전 세계 오페라하우스에서 앞다투어 올리는 오페라가 있다. 특히나 음악의 본고장 빈에서 이 작품이 없는 오페라 시즌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Der Rosenkavalier>이다. 위대한 극작가 휴고 폰 호프만스탈이 대본을 쓰고, 슈트라우스가 은빛 찬란한 음악을 붙인 이 작품은 ‘완벽한 빈 스타일 오페라’의 정수로 손꼽힌다.
오페라의 배경은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의 빈이다. 오스트리아 육군 대원수부인, 즉 먀살린은 남편이 없는 틈을 타 꽃미남 청년 귀족 옥타비안 백작과 은밀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이때 시골에서 올라온 먼 친척 옥스 남작이 나타나 청혼의 전령이 필요하다며 추천을 부탁한다. 옥스는 군납 사업으로 졸부가 된 파니날 집안의 딸 조피와의 결혼을 도모하고 있다. 먀살린은 고민 끝에 자신의 연인 옥타비안을 조피에게 보내기로 한다.
‘세월의 흐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겠지. 차라리 아름답게 흐르는 저 왈츠처럼 거기에 순응해서 살아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바로 이 장면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감각적인 음악과 호프만스탈의 정밀한 대본은 실로 도취적인 ‘비엔나적 우아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결국 마샬린은 옥타비안과 조피 커플을 도와 욕심 많은 옥스 남작을 가까스로 물리치고 젊은 두 남녀가 사랑의 결실을 맺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