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신드롬이 독서 열풍으로..'텍스트힙' 유행 가속화

노벨문학상 발표 후 문학 판매량 50% 증가
한강 작품과 같이 구매한 책, 양귀자 1위
한강 책 읽는 독서모임 모집 잇따라 마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올해 초부터 유행해 온 '텍스트힙' 열풍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문학 작가들의 책 판매가 증가하고 독서모임이 늘어나는 등 한강 신드롬이 독서 열풍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21일 국내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지난 10일부터 일주일간 한강 작가의 책을 제외한 국내도서 전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설·시·희곡 등 문학 판매량이 같은 기간 49.3% 증가했다.한강을 계기로 다른 국내 문학 작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모양새다. 예스24에 따르면 한강의 책을 주문하면서 함께 산 소설 1위는 양귀자의 <모순>으로,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일주일 동안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421.1% 급증했다. 이어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 정유정 작가의 <영원한 천국>,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등 순으로 한강 작가의 책과 함께 많이 판매됐다.

한강 작가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에서 다룬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나 제주 4·3 사건 관련 책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임철우 작가가 쓴 <아버지의 땅>은 지난 10~17일 직전 기간 대비 판매량이 33배 뛰었다. 이 책은 5·18을 비롯해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쓰여진 단편소설의 모음집이다. 해당 기간 4·3사건을 다룬 현기영 작가의 <제주도우다>와 <순이삼촌>의 판매량은 각각 12배 늘었다.
한강을 계기로 독서 열풍이 불면서 올해 초부터 불기 시작한 '텍스트힙'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텍스트힙은 글을 뜻하는 '텍스트'와 멋지고 개성있다는 뜻의 '힙'을 합친 합성어로, 책이나 책 읽는 모습, 마음에 드는 책 구절 등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인증·공유하는 문화다. 지난 6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한 서울국제도서전의 이례적인 흥행도 2030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텍스트힙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왔다.독서 모임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엔 한강 작가의 책을 비롯한 책을 함께 읽는 독서모임이 13개 신설됐고, 그중 4개 클럽의 모집 인원이 다 찼다. 당근마켓엔 '한강 책 함께 읽는 모임'을 구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백화점에서도 독서 수요에 발맞춰 관련 강좌를 연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채식주의자 외 기존 문학 작품 소개와 해설' 강좌를 연다. 롯데백화점도 겨울 학기 문화센터에서 독서모임과 북토크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수 문학평론가는 "외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 해당 작가 작품의 판매량만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데 그치는데, 국내 작가 수상으로 독서 열풍이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보여주기식' 독서라며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어떤 계기가 됐든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