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겨울 나그네… 최고 권위자들이 펼치는 가곡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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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카우 등과 작업한 피아니스트 하르트무트 횔코끝이 시린 가을,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곡(歌曲)의 권위자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한국 소프라노 한경성과 음반 발매
영국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25일 슈베르트 가곡으로 리사이틀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1925~2012),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65) 등 전설적인 가곡 성악가들과 작업해온 독일 피아니스트 하르트무트 횔(72)이 그의 제자 소프라노 한경성(45)과 함께 지난 14일 새 음반 '달빛 노래'를 발매했다.

횔은 "우리를 스승과 제자가 아닌 동등한 두 명의 예술가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끊임없는 연습보다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유롭게 의사소통하고 있다. 내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리트(Lied·독일 가곡)는 풍경과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리트라는 길을 따라 가는데, 아침·낮·저녁 등 때에 따라 길은 같아도 풍경이 다르잖아요. 우리의 무대도 그때 그때 다르다는 걸 말하고 싶네요."이들의 음반 '달빛 노래'는 슈베르트의 '달에게'와 '별빛 비치는 밤'을 비롯해 한국 가곡인 '반달'과 '가을밤' 등 달을 주제로 한 20개의 가곡이 실렸다. 횔은 "달은 영혼의 다양한 측면 반영하는 존재"라며 "특히, 독일 가곡의 뿌리를 이루는 정서인 '그리움'과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라고 했다.
"달은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감정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독일 가곡 전반에 흐르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중독'이라는 의미가 포함된 '해소될 수 없는 그리움'을 말하는 꽤 무거운 단어입니다. "
두 사람은 음반 발매 리사이틀도 열었다. 지난 19일과 20일 강릉아트센터와 통영국제음악당을 비롯해 이달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연주 투어를 마무리한다.
이후 1996년 하이페리온 레이블에서 발매한 첫 음반인 슈베르트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로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받았고, 1998년 발표한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음반은 그라모폰 베스트 솔로 보컬상을 수상하는 등 주요 음반상을 석권했다. 그동안 그래미상 후보에 무려 15차례 올랐다. 그의 저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13개 언어로 출판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수많은 독일 가곡 중에서도 유독 '겨울 나그네'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이에 대해 보스트리지와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고토니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힘든 순간을 겪었기 때문에 공감하기 쉬운 곡"이라면서 "삶과 죽음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 나아가는 곡이기 때문에 작곡된 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감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두 사람은 이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 덕분에 까다로운 독일어 가사도 '겨울 나그네'를 감상하는 데 장벽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보스트리지는 "나도 처음에는 독일어를 잘 못해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그래도 음악이 지닌 소리와 감성을 이해하면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