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당첨자 91% "청약 포기는 분양가 상승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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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자 97% "분양가 상승이 포기에 영향"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본청약 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분양가 상승이 청약 포기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다른 단지 당첨돼 포기' LH 주장에 반발
21일 공공사전청약 피해자모임(피해자모임)에 따르면 최근 과천 주암지구 사전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9명은 자신이 본청약을 포기할 경우 분양가 상승이 원인이라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이뤄졌고, 과천 주암지구 사전청약 당첨자 과반인 682가구가 참여했다.설문에서 '최근 공지되는 사전청약 단지들의 본청약 분양가가 본청약 포기에 영향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사전청약 당첨자 97%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만약 분양을 포기하게 된다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91.1%가 '분양가 상승'을, 5.7%는 '작은 평수'를 꼽았다.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사전청약 당첨자의 본청약 포기는 다른 청약에 당첨됐기 때문이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설명과 상충한다. 지난 15~16일 인천 계양 A2 블록 공공분양주택 본청약을 진행한 결과 사전청약 당첨자 562명 중 41.8%에 해당하는 235명이 포기했다. 앞서 본청약을 진행한 인천 계양 A3 블록에서는 사전청약 당첨자 236명 중 46%인 106명이 청약을 포기했다.
인천 계양 A2 블록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최고 5억8411만원으로 2021년 사전청약 당시 예고된 금액 4억9387만원보다 9000만원 이상(18.3%) 올랐다. 인천 계양 A3 블록 전용 55㎡도 3억3980만원이던 추정 분양가가 본청약에서 최고 4억480만원으로 6500만원(19%) 증가했다.절반에 가까운 사전청약 당첨자가 본청약을 포기한 것을 두고 분양가 상승이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LH는 "분양가 인상도 당첨 포기에 일부 영향을 끼쳤을 수 있지만, 사전청약에서 본청약까지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사이 다른 단지에 당첨된 분들도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피해자모임은 "LH가 밝힌 분양가 인상 외의 포기 사유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근본적인 원인은 터무니없는 본청약 분양가 상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혼희망타운은 출산 장려를 위한 상품이지만, 과도한 분양가 상승으로 출산 계획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설문에서 분양가를 추가 부담할 경우 출산 계획에 영향을 끼칠 금액을 묻자 68.8%는 '현재 추정분양가도 부담'이라고 답했다. '5% 이상 상승하는 경우'를 선택한 당첨자도 18.7%에 달했다. 당첨자의 86.6%가 분양가 상승에 따라 출산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고 답한 셈이다.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평균 1.82명으로 지난해 합계출산율(0.72명)을 크게 웃돌았다. 이들은 자녀 계획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는 '주거 안정(38%)', '가계 고정지출(35.8%)', '출산 나이(12.6%)' 등을 지목했다.
피해자모임은 "국토교통부와 LH는 2021년 사전청약 당시 분양가가 과도하게 변동되지 않도록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변동 폭을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는 공공분양가를 민간분양가와 비교하며 상승 폭을 합리화하고 있다"며 "취지에 어긋난 분양가 산정과 일정 지연으로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주거와 출산 계획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