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분양단지, 계약금 두 배 높은 이유는

잠실래미안 등 계약금 20%
현금흐름 개선…조합서 선호
수요자 초기 자금부담은 커져
일반적으로 신규 분양 단지는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비율로 분양대금을 낸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계약금 비율이 두 배 높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날부터 청약을 시작한 서울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투시도)의 계약금 비율은 20%로 설정됐다. 최근 1년간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가운데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와 ‘청담르엘’ ‘디에이치방배’ ‘래미안레벤투스’ ‘래미안원펜타스’ ‘메이플자이’도 계약금 비율이 20%였다. 모두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공급된 아파트라는 게 공통점이다.비강남권에서 선보인 아파트는 대부분 계약금 비율이 10%였다. 계약금 비중이 높을수록 수요자 입장에선 초기 자금 마련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중도금이나 잔금과 달리 계약금은 별도의 대출상품이 없어서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최대 19억원에 달한다. 이 아파트의 청약 당첨자는 분양가의 20%인 3억8000만원을 쥐고 있어야 계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조합이나 시공사 입장에선 계약금을 많이 받을수록 이익이 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기 현금 흐름이 좋을수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고 수금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며 “무엇보다 강남권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수억원대 시세 차익이 가능한 만큼 수요자가 계약금 비율을 20%로 높여도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지역에서 선보이는 모든 단지가 ‘계약금 20%’를 선택하는 건 아니다. 예컨대 작년 7월 서울 용산구에서 분양한 ‘용산호반써밋에이디션’의 계약금은 분양가의 10%였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사업 주체는 전체 주택가격의 20% 이내에서 계약금 비율을 정할 수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