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의 러시아 파병 과정서 드러난 정보력의 중요성

북한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소상하게 공개된 것은 정보 능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출발지부터 이동 경로, 병력, 부대 이름까지 속속 드러난 것은 인공위성과 인적 정보를 통한 ‘휴민트(HUMINT)’ 등 복합적인 정보력의 힘이다. 그중 병력 이송 첫 장면을 우리 위성이 잡아 공개한 것은 주목받을 만하다. 우리 정부는 민간·군사용 활용이 가능한 고해상도 영상레이더(SAR) 위성과 군사용 정찰위성 2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번에 결실을 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체적으로 북한군 움직임을 샅샅이 볼 수준까지는 멀었다. 북한군 이동 과정을 낱낱이 파악할 수 있었던 데는 해상도가 뛰어난 미국 등 우방국의 위성 정보 공유 덕을 봤다. 정찰위성 능력은 미국은 물론 일본도 우리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복원과 한·미·일의 첩보 정보 공유 확대 합의가 갖는 의미는 크다. 이를 두고 반일몰이 선동 소재로 삼는 것은 안보 저해 행위가 아닐 수 없다.정보 공유의 중요성은 우크라이나에서 찍힌 북한 군인이 미사일 기술자로 드러난 데서도 입증된다. 국가정보원은 우크라이나와 정보 교류로 이 인물의 사진을 확보했고,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해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나라 안팎에서 첩보 활동을 벌이는 휴민트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북한군 규모, 위조 신분증, 부대 이름 등의 정보는 휴민트에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군복 치수 설문지와 보급품 배분 영상을 확보한 것도 마찬가지다. 휴민트의 중요성은 이스라엘의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부 제거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정부 국정원 무력화로 수십 년 쌓아 올린 휴민트가 허물어져 복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갔고, 야당이 조사권마저 박탈하겠다고 해 국외 방첩망과 간첩 수사 노하우도 무너질 판이다. 우리 안위와 직결된 정보 전쟁에서 우리만 거꾸로 가지 않도록 초당적 힘을 모으는 게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