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실 "SMR 4기 건설"…野, 탈원전 원죄 벗을 기회다

연말에 발표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소형모듈원전(SMR) 4기 건설 계획이 담길 것이라고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이 밝혔다. 원전 강국이면서도 경쟁국보다 한참 뒤처진 SMR 개발에 본격 시동이 걸린다니 다행스럽고 반갑다.

SMR은 인공지능(AI) 시대에 폭증할 전력 수요에 대응할 현실적 대안이자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손꼽힌다. 미국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원자력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매진 중인 이유다. 아마존, 구글 같은 빅테크도 투자에 경쟁적이다. 다른 나라 사정도 비슷하다. 중국은 세계 최초 상업용 SMR ‘링룽 1호’를 내년부터 정식 운용한다. 캐나다 스웨덴 등도 탄소중립,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SMR 개발에 전력투구 중이다.한국은 에너지 문제마저 진영 논리로 접근한 탓에 경쟁에서 한참 뒤처졌다. 계획대로 진행돼도 SMR 첫 가동 시기는 2035년께로 미국보다 8년이나 늦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제10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SMR 개발을 국가 과제로 제안해 놓고도 탈원전을 의식해 미적댔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SMR 연구개발 추진’을 공약했지만 작년 말 예산 심의에서 관련 예산 333억원을 전액 삭감했다가 여야 합의로 막판에 복원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SMR은 AI 보편화 시대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크기가 작은 데다 전력 수요처 인근에 구축할 수 있고 건설 기간·비용 단축도 가능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 중인 혁신형 SMR은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이 ‘10억 년에 1회 미만’으로 안전성도 탁월하다.

SMR은 에너지 측면을 넘어 차세대 성장동력이자 수출 주력상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크다. 향후 시장 규모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35년 630조원, 세계경제포럼(WEF)은 2040년 1000조원으로 추정했다. 이런 문제에 여와 야가 따로일 수 없다. 야당은 오락가락 행보를 끝내고 탈원전발 SMR 지체를 결자해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