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 인 인디아' 10년, 글로벌 생산기지 우뚝…유니콘만 117개

질주하는 인도 경제
(1) '연 7% 이상' 초고속 성장

젊은 국가의 위력 발휘
14억 인구 42.7%가 '25세 미만'
탄탄한 내수·성장잠재력 무기로
1인당 GDP, 25년간 5배 치솟아

마이크론·TSMC·NXP 등
반도체 기업 생산기지 투자 급증
인도는 중위연령(인구 분포상 한가운데 연령)이 28세이고 인구의 42.7%가 25세 미만인 ‘젊은 국가’다. 이들이 제공하는 풍부한 노동력과 소비력이 정부의 제조·서비스업 육성 정책과 맞물리며 인도는 가파른 경제 성장을 거듭해왔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속에서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새로운 기회까지 잡으며 인도가 머지않아 ‘비욘드 차이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두터운 청년층이 경제성장 핵심

인도는 1991년 경제개혁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정보기술(IT) 산업 발전, 제조업 현대화, 인구 증가 등이 인도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0년 500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2612달러로 다섯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전문가들은 인도의 두터운 청년층이 인도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21일 언스트&영 분석에 따르면 2030년 인도의 생산가능인구는 전체 인구의 68.9%를 차지할 전망이다. 많은 선진국이 누리지 못하는 인구 배당 효과(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경제가 성장하는 것)를 인도는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젊은 층 주도하에 창업 열기도 뜨겁다. 인도 뭄바이에 있는 오리오스벤처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도의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은 117개다. 이 중 62%인 73개사가 2020년 이후에 유니콘기업으로 등극했다. 미국(유니콘기업 704개) 중국(335개)에 이은 세계 3위다.

10주년 맞은 ‘메이크 인 인디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14년 발표한 ‘메이크 인 인디아’(제조업은 인도에서) 정책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생산성이 낮은 농업 중심의 사회구조를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외국 제조사를 유치해 기술과 자본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었다. NXP, 마이크론, TSMC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은 인도에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에 나섰다. 애플은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에 아이폰의 14%를 인도에서 생산했다. 인도 비중이 전년 대비 두 배 확대됐다.아난타 나게스와란 인도정부 수석경제자문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인도의 성장 잠재력, 젊은 인구, 인프라 구축, 최대 8억 명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중산층 등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내수

서비스업도 인도 경제를 이루는 한 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수요가 급증했는데, 인도는 이 흐름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영어 사용 인구가 많고 IT 인프라를 보유한 인도는 세계의 ‘백오피스’ 역할을 수행 중이다.

내수 시장은 인도를 디지털 기반의 사회로 전환하겠다는 ‘디지털 인디아’ 정책(2015년 발표)에 힘입어 확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디지털 인프라가 빠르게 확충되면서 현금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단돈 30원짜리 물품을 거래할 때도 간편결제를 활용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인도의 개인 디지털 결제액은 2020년 초 3924억루피에서 2022년 말 1조4528억루피로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세계은행과 KB자산운용에 따르면 인도는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소비시장이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5%) 미국(4%)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여전히 한계점은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부족, 큰 빈부 격차, 주마다 다른 복잡한 행정 절차 등은 인도 투자의 한계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재무장관과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 교수는 타임스오브인디아 인터뷰에서 “지난 70년간 인도 세계화 과정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인도 정부가 세운 (복잡한 규제, 보호무역 등의) 장벽이었다”며 “장벽을 허물면 성장할 여지가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