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심상찮다"…윤 대통령과 마주앉은 韓, 김여사 얘기부터 꺼냈다

대통령실서 '2+1 회동'

독대 요청 한달 만에 회동 성사
대외활동 자제·의혹규명 협조 등
김여사 리스크 관련 대화 오가
'대통령실 인적쇄신' 재차 강조

韓, 이재명 회담 요청도 수락
< 尹·韓 80분간 면담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차담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좋아하는 제로콜라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만나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 등을 논의했다. 지난달 24일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한 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진 회동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만남이 향후 당정 관계와 대통령 및 여당 지지율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만나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배석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파인그라스 주변을 10여 분간 산책한 뒤 차담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산책 중 이날 경찰 영웅으로 현양된 고(故) 이재현 경장 등을 한 대표에게 설명했다.두 사람의 만남은 약 80분 동안 이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의 핵심 의제는 김 여사 관련 논란이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촉발한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등으로 최근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대선 당시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공식 활동 자제를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면 된다는 취지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고 한다. 이른바 ‘여사 라인’으로 불리는 일부 비서관과 행정관을 교체하자는 의미다.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 대응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것은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현안에 대한 대화는 거의 오가지 않았고, 한 대표는 만찬이 끝나자마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30일 한 대표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비공개 회동을 하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절박한 상황에서 이날 회동에 임한 만큼 회담 성과가 향후 정국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24.1%로 1주일 전과 비교해 1.7%포인트 떨어졌다. 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1.3%로 더불어민주당(44.2%)에 10%포인트 넘게 뒤진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 직전 국민의힘 원로들이 오찬을 하면서 김 여사 관련 리스크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도 이런 절박함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신영균·신경식·유흥수·황우여 등 국민의힘 상임 고문들은 특별감찰관 즉시 임명을 비롯해 다양한 해법을 논의했다. 참석자는 대부분 현재 대통령과 여당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와 별개로 한 대표는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도 조만간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님은 오늘 대통령과 면담 잘하시고, 기회가 되면 야당 대표와도 한번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자, 약 3시간 만에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이 “한 대표도 민생 정치를 위해 흔쾌히 응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박 비서실장은 “양당 대표는 지난 대표 회담에서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한 바 있고, 구체적 일정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병욱/설지연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