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병? 근거 없는 소문"…北유엔대표 '발뺌'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
러시아 파병 관련 첫 북 첫 입장
"국가 이미지 더럽히려는 소문"
< 국정원, AI로 ‘러 파병’ 北군인 찾았다 > 국가정보원이 자체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확인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의 북한군을 18일 공개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 복장으로 사진 찍힌 인물(왼쪽 사진)은 작년 8월 김정은의 미사일 생산 공장 당시 수행했던 미사일 기술자(오른쪽 사진)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AI상 인물 유사도는 80% 이상으로 사실상 동일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국가정보원 제공
주유엔 북한대표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이 러시아를 돕고자 병력을 보내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와 언론 보도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21일(현지시간) 부인했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답변권을 얻어 "러시아와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북한 대표부 관계자의 이런 발언은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의 발언에 대한 답변권 행사에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표부 관계자는 "가용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우크라이나군과 싸우기 위해 약 1만1000명의 정규군을 가까운 시일 내에 러시아군에 함께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천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북한 지상군의 대규모 파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은 AI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활동 중인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CNN
국정원 발표 이후 외신에서도 북한의 파병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속속 보도됐다. 미국 CNN은 지난 20일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입수한 러시아 측의 '한글 설문지'를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군인에게 군수물자를 지급하기 위해 준비한 서류인 것으로 알려졌다.또 SPRAVDI는 지난 18일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북한 군인들이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에서 줄을 지어 차례차례 러시아군 보급품을 수령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27초 분량 영상에는 "넘어가지 말거라", "나오라 야", "야, 야, 야" 같은 북한 억양의 목소리가 들린다. 왜소하고 짧게 깎은 머리카락이 검은색인 병사가 많았다.
우크라이나군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공개한 북한군 군수물자 수령 모습. / 사진=X 캡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기존엔 '확인 불가' 입장을 취했지만, 지난 21일 일부 파병 사실을 확인한 발언을 내놨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싸우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중대한 긴장 고조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북한의 파병에 대한 항의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지노비예프 대사는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은 국제법 틀 안에서 이뤄지며 한국의 안보 이익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한반도 긴장 고조 원인에 대해 러시아와 한국이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