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 유럽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전달 기술 관련 특허 등록

단백질-핵산복합체(RNP) 방식 특허 등록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원천특허를 보유한 국내 바이오기업 툴젠이 유전자가위의 주요 부분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유럽 특허를 취득했다.

툴젠은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가위의 카스9(Cas9)을 단백질 형태로 세포에 도입하는 방법에 대한 첫 번째 유럽 특허가 등록됐다고 22일 밝혔다(등록번호 : EP4357457B1).크리스퍼-카스9 시스템은 카스9 단백질과 가이드 리보핵산(RNA)이 결합된 복합체로서 목표 유전자를 인식하여 특정 유전자 부위를 절단한다. 크리스퍼-카스9 작동원리를 밝힌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2012년 논문 이후, 모든 관련 논문은 DNA 벡터나 메신저RNA(mRNA) 형태로 카스9을 세포에 도입했다. 그런데 2013년 8월 김진수 교수팀이 카스9을 단백질 형태 그대로 세포 내로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을 보고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단백질-핵산 복합체(RNP) 전달 방식은 DNA, mRNA 사용에 따르는 세포 독성을 회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래 DNA가 유전자에 삽입될 위험이 없고, 낮은 오프타겟 효과로 뛰어난 안전성까지 확보할 수 있어 치료제 개발은 물론이고 동식물 유전자 교정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이번 유럽 특허는 크리스퍼-카스9 시스템을 세포 내로 전달할 때 가이드 RNA를 카스9 단백질 대비 과량(분자 개수 기준)으로 사용해 세포 내 유전자 교정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발명에 대한 것이다. 10여년 전 김진수 교수팀에 의해 밝혀진 이 방법은 지금에 와서는 거의 모든 RNP 전달 방식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럽은 바이오 및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중요한 시장이다. 업계서는 크리스퍼 관련 노벨상수상자 측인 다우드나 교수가 유럽 원천특허 2건을 포기한 것을 두고 ‘초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우드나 교수의 2012년 5월 출원 명세서에 크리스퍼-카스9 시스템의 진핵세포에 적용하는 발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결론내린 유럽특허청 항소심판소의 예비심결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툴젠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럽특허청이 미국특허청과 마찬가지로 툴젠이 세계 최초로 2012년 10월 CRISPR-Cas9 진핵세포 실험데이터가 포함된 출원을 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유럽에서 툴젠이 크리스퍼-카스9 진핵세포 응용에 대한 원천특허권자로 결론지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으며, 유럽 특허 지형 변화와 이번 유럽특허 등록을 통해 툴젠은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툴젠은 이번 유럽 특허 등록을 근거로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크리스퍼-카스9 기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력과 기술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병화 툴젠 대표는 “툴젠은 이미 다수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한 바 있으며, 이번 특허 등록을 통해 더 많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할 계획”이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