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빈손 회담에…친한계 "굉장히 씁쓸, 진심 안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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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인적 쇄신 문제에 접점 안 나와"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담과 관련, 친한계는 22일 결과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김종혁 "韓 대표가 굉장히 씁쓸해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 한 달 만에 이뤄진 전날 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자, 친한계는 한 대표가 회담에서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회담에 관해 "굉장히 씁쓸하다", "한 대표의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1번으로 생각했던 부분에 대한 접점이 안 나오면서 전반적으로 (회담) 분위기가 어렵게 흘러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적 쇄신이 한 대표가 생각하는 1번이었다. (김건희) 여사 문제를 풀어야 국정 운영의 동력이 살아난다는 게 한 대표의 생각이었다"며 한 대표가 소위 '한남동 라인'으로 지목된 이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말씀하며 문제점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분들이 어쨌든 용산 참모이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여사하고 소통하는 거에 대해서 큰 문제의식이 없었던 게 아닌가"라며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건데' 이런 인식이 용산 내부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한 대표의 또 다른 요구 사항이었던 '의혹 규명 절차 협조' 요청과 관련해서도 "대통령께서는 일종의 야당의 프레임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사 활동 자제'와 관련해선 "부분적인 수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이미 자제하고 있다'고 한 건 김 여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국민이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용산도 인지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씀이셨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전날 회담이 끝난 뒤 한 대표와 연락해봤는데 "굉장히 씁쓸해했다"고 전했다.그는 이날 S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김 여사 관련 논란이 이 정권 출범 이후 2년 반씩이나 계속 블랙홀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 2년 반도 이런 식으로 끌려갈 수 없다는 다짐을 위해 대통령을 만나 뵌 것인데, 대통령실 인식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시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차 "현재 상황에 대해 당의 인식과 대통령실의 인식이 너무 큰 차이가 있다"며 "지금 대통령실에서 나오는 반응을 보면 '그게 뭐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라는 식의 반응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소위 '김건희 여사 라인이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목된 비서관을 대동해서 회담 자리에 온 것도 지적했다. 그는 "대놓고 당에서 얘기하는 것을 우리는 들어줄 수 없다는 명시적 메시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수많은 문제점에 대한 아무런 해결이라든가, 적어도 해결하려는 방향성조차 보이지 않았다면 도대체 왜 보자고 하신 것일까. 사진 찍기 위해 본 건가 이런 느낌도 든다"고 강력하게 질타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한 이날 회담의 '자리 배치'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왔다. 박 의원은 "어제 자리 배치도 정진석 비서실장과 (한 대표가) 같은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일단 한 번 얘기해봐, 들어볼게, 이런 분위기였다고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아예 "마치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을 놓고 훈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진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 때는 "옆에 같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의전도 최대한 해 주신 걸 안다"며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빈손 회담'이 김건희 여사 특검 문제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박 의원은 "친한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받더라도 지금 구조로는 받을 수 없다"면서도 "지금 이재명 대표와 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 문제를 거기서 논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예를 들어 채상병 문제 때 '제3자 특검'을 얘기했듯이 이 문제도 제3자 특검이라는 해법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아마 본인(한 대표) 나름대로 로드맵을 그리고 해법을 찾고 이렇게 해서 용산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