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 전성시대' ... 여성 작가 3팀이 강남 갤러리를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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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지갤러리 여성 작가 3인전'여성 작가 전성시대'
신디 지혜 김, 우한나, 대드보이클럽
여성과 사랑 향한 이중적 시선 조명
최근 국내 미술계를 한 마디로 표현할 때 이보다 더 좋은 문장은 없다. 이미래, 양혜규 등 대한민국 대표 여성 작가들이 해외에서 대형 전시를 여는가 하면, 프리즈 기간에 해외 예술계 인사들을 모아 마련한 '스튜디오 투어' 기회를 잡은 작가들도 모두 여성이었다. 프리즈 서울이 2년 연속 여성 작가를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한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여성 작가들이 갤러리를 점령했다. 캐나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신디 지혜 김, 지난해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를 수상한 우한나, 여성 작가 2인이 뭉쳐 결성한 아티스트 그룹 대드보이클럽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투 사이드 러브'를 통해 신작들을 선보이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여성과 사랑, 삶을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과 양가적 기준에 대해 대해 작품으로 토론한다. 갤러리 가장 안쪽을 차지한 신디 지혜 김은 회화와 설치작의 매력을 합친 작업을 선보인다. 회화를 가운데 두고 앞뒤로 나무 조각을 설치해 천장에 매달았다. 단순 평면 회화에서 벗어나 구조 작품을 덧붙인 실험작이다. 신디 지혜 김은 어릴 적 캐나다로 이민을 간 한국 작가다. 이 작품을 통해 육체가 이동하며 변하는 이중적 감정의 혼란, 상황의 변화를 표현했다.
가운데 놓인 회화에는 전통 장례식에서 쓰이는 '방상시탈'을 쓴 인물을 놓았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전통적 소재를 사용하며 이민자로 살아가며 겪은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우한나는 파격적인 조각 작품을 바닥과 천장에 설치했다. 천장에 걸린 작품은 천과 철을 이용한 작업이다. 약한 소재인 패브릭과 단단한 재료인 철제를 한 작품 안에 녹여내며 이중적 소재 표현에 집중했다. 흔히 '꽃'처럼 유약하게 표현되는 여성들이 통념과는 달리 '철'처럼 단단하고 강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바닥에는 손가락 모양 조각을 설치했다. 모성이 가진 양면적 개념을 나타낸 것이다. 작품 제목 '마마 피아노'처럼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 계란을 쥐듯 건반을 친다는데서 영감을 얻었다. 계란이 조금만 힘을 줘도 깨지듯 모성도 오로지 애정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살짝만 엇나가도 엄마와 아이 사이의 관계가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은 대드보이클럽의 영상이다. 이상민과 한선우 두 작가가 함께 결성한 아티스트 팀이다. 이들은 시대가 변하며 함께 달라진 여성을 향한 시각을 15분 길이의 영상 작업으로 선보인다. 과거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영상 이미지는 현대적이다. 픽셀화, 디지털화된 이미지를 사용해 영상 전체가 게임처럼 느껴지도록 의도했다. 전시는 11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