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상남자' 평가 속…尹, 김건희 논란 돌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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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따라붙는 '상남자' 수식어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상남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남자 중의 남자', '아주 남자다운 남자'라는 의미다. 극찬에 가까운 이 표현이 최근 윤 대통령에게 조롱으로 쓰이고 있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 있어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다.
과거엔 칭찬이었는데 최근 조롱으로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면담 보도를 공유하면서 "부인에 대한 무한의 순애보. 왜 이런 상남자를 여성들이 환호하지 않는지?"라고 썼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관련 쇄신책을 요구하는 한 대표의 요청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관측이 나오자, '상남자'라고 조롱한 것으로 해석된다.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9일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윤 대통령을 겨냥해 "자기 여자를 지키려는 상남자의 비뚤어진 사랑 때문에 이 나라의 법치가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를 향한 윤 대통령의 애정 때문에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다는 주장으로도 읽힌다.윤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의미로 상남자라는 표현을 쓴 정치인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지난 5월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김건희 방탄'이라는 야권의 비판이 나오자,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나. 이건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라고 했다.
홍 시장의 두둔에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홍 시장의 발언에 대해 "국민들을 위한 의무가 있는 공직자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본인이 공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야권의 대표적인 '공격수'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판에 가세해 "상남자라고? 공사 구분 못하는 봉건시대적 구닥다리 논리", "아첨꾼의 하책 훈수질"이라고 했다.그런데 주목되는 점은 정 의원도 과거 윤 대통령을 상남자라고 칭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9년 7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이던 시절 윤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위증했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의리의 총대를 맨 상남자"라고 했었다. 심지어 위증을 지적한 당시 금태섭 민주당 의원을 향해선 "초등학교에 가면 이런(의리의 상남자를 비판하는) 아이들이 꼭 있다"고 했다.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김 여사 관련 쇄신책을 요구한 한 대표에게 "이미 집사람이 많이 지쳐있고 힘들어한다. 의욕도 많이 잃었다", "이미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악화일로인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과 여론을 극복하기 위해 어렵게 꺼낸 요구사항이었지만, 결국 윤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오로지 김 여사만 지키려고 하나." 면담 이후 나온 민주당의 논평 중 일부다. 정치권과 언론은 두 사람의 면담을 '빈손'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여권 안팎에서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했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설상가상 친윤(親윤석열)계, 친한(親한동훈)계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2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 여사 문제를 매듭지으려고 대통령을 만나 뵌 건데 대통령실 인식은 상황을 안이하게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반면 친윤계 권성동 의원은 TV조선 유튜브 '강펀치'에서 "여사 문제도 대통령이 '두고 봐라'며 안 하겠다는 아니다라는 취지로 얘기한 거 아니냐"며 "한 대표 측근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지렛대로 삼아 압박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고 했다.
지난 18일 공표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2%로 집계됐다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 김 여사 문제(14%)를 '경제/민생/물가'(15%)에 이어 2위로 꼽았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15~17일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0.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