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가 쓴 두 글자 '독립'…15년 만에 日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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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의거 115주년 맞아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삶의 마지막에 남긴 건 자신의 뜻을 담은 글씨였다.
안중근 의사 유묵 18점 전시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서
유묵 한눈에 볼 흔치 않은 기회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 의사는 이틀 뒤 중국 뤼순 감옥에 수감됐다. 그리고 이듬해 3월 26일 순국하기 전까지 이 감옥에서 많은 글씨를 썼다. 현재 남아 있는 그의 유묵(遺墨·생전 남긴 글씨나 그림) 대부분이 이때 작품이다. ‘위국헌신 군인본분’(나라 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 ‘국가안위 노심초사’(국가의 안위를 걱정하고 애태운다), ‘지사인인 살신성인’(지사와 어진 사람은 자신을 희생해 인(仁)을 이룬다)…. 그 내용과 필체만으로도 안 의사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높은 기상, 절개가 그대로 느껴지는 유묵들이다.안 의사의 이런 유묵 18점이 나오는 전시 ‘안중근 書’가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개막한다. 하얼빈 의거 115주년을 맞아 열리는 특별전이다. 전시된 유묵 중 보물로 지정된 작품만 13점에 달한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 홍익대학교 박물관 등이 전시를 위해 작품을 흔쾌히 빌려줬다.
안 의사의 유묵 여러 점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이 같은 기회는 흔치 않다. 곳곳에 흩어져있기 때문이다. 유묵 중 대부분은 수감 생활을 하는 안 의사의 기개를 존경하게 된 일본인 관리와 간수들이 “글씨를 하나 받고 싶다”고 부탁해 받은 것. 시간이 흐르며 이 유묵들은 제각기 다른 곳에 소장됐다.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인 ‘독립 獨立’도 마찬가지다. 이 유묵은 뤼순 지역에 파견돼 있다가 안 의사를 만나 교감을 나눴던 정심사(淨心寺)의 주지 마쓰다 가이쥰이 1910년 받은 것이다. 정심사는 보관해오던 유묵을 1997년 류코쿠 대학에 위탁했고, 이 대학이 지금까지 소장 중이다. 단 두 글자만 적혀 있지만 간결한 글자에 담긴 힘은 안 의사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2009년 국내 전시 이후 15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전시는 안 의사의 시기별 행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예컨대 안 의사의 출생과 성장, 종교 등 배경을 다루는 전시 1부에서는 ‘황금백만냥 불여일교자’(황금이 백만 냥이라도 자식 하나를 가르침만 못하다)라는 글씨를 통해 교육을 강조했던 안 의사 가문의 가풍을 조명한다.안 의사의 애국 활동을 중심으로 한 2부는 ‘위국헌신 군인본분’, ‘장부수사심여철의사림위기사운’(장부는 비록 죽을지라도 그 마음 쇠와 같고, 의사는 위태로움에 이를지라도 그 기풍 구름 같도다) 등 비장한 각오가 담긴 작품들을 소개한다. 마지막 3부에는 ‘욕보동양 선개정략 시과실시 추회하급’(동양을 보호하려면 정략을 고쳐야 하고,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등 안 의사의 사상을 담은 유묵들이 나와 있다.
유묵 외에도 전시장에는 안 의사의 삶과 관련된 자료 50여점이 나와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동양평화를 염원한 사상가, 백년대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그의 다양한 면모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입장료는 무료.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