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수요 급증에…정부 예측 대비 과수요 지속

1~4차 전기본 수요예측
실제와 평균 약 10GW 차이
사진=뉴스1
정부가 2년마다 세우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전력수요 예측이 매번 원전 10기분의 발전량 만큼 과소예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AI(인공지능)·반도체 수요 등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빗나간 전력수요 예측이 첨단산업 육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2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0년에 세워진 1차 전기본에선 2015년 전력 수요가 67.7GW(기가와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수요는 78.9GW로 11.2GW 더 많았다. 2차 전기본 역시 2017년 전력수요를 68.7GW로 예상했으나 실제론 85.1GW로 더 많았다. 3차 전기본도 2020년 수요를 71.8GW로 예상했으나 실제론 89.1GW였고, 4차 전기본에서는 2022년 수요를 81.8GW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93GW로 더 많았다. 매 전기본 마다 수요예측치가 평균 10GW 가량 적었던 것이다. 10GW는 원전 약 10기 발전 분량에 달한다.일각에선 지난 5월 공개된 '11차 전기본 실무안'도 전력수요가 과소예측됐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실무안은 우리나라의 2038년 최종 목표 전력수요를 129.3GW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 수요 예측부터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11차 전기본은 향후 15년 뒤인 2038년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를 6.2GW로 예상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2023년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2029년까지 신규 설비수요가 49GW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전력수요 예측이 번번히 빗나가면서 첨단산업 육성에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해 발전원 및 송전망 투자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전력수요가 늘어났을 때 정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민 의원은 "전력수요 예측이 실패해 전력이 부족해지면 반도체 공장 셧다운 등으로 피해 규모는 수십 조원에 달할 수 있다"며 "정확한 전력수요 예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