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0원 뚫은 환율…"트럼프 당선되면 1400원 간다" [한경 외환시장 워치]

'강달러'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380원 위로 올라섰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선 향후 환율이 1400원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4원90전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380원10전에 거래됐다. 환율이 달러당 1380원을 넘은 것은 지난 7월30일(1385원30전) 이후 약 3개월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3원90전 오른 1379원10전에 개장했다. 오전 중 1382원대로 올랐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이 일부 축소됐다.

최근 환율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1307원80전에서 3주만에 72원30전이 올랐다.

환율 상승세는 미국 달러화가 큰 폭의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달러화지수는 전날 0.5% 상승했다. 미국의 경제가 견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인 영향으로 파악됐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세도 환율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원화엔 부담요인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인 원화 대신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게 된다. 달러와 함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 값도 21일(현지시간) 온스당 2740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외환당국도 환율 수준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선 지난주 당국이 1369원 부근에서 미세 조정에 나선 데 이어 이날은 1379원 안팎에서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나오는 것도 환율 상단을 지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한국의 기초체력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말에는 다시 환율이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