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챙겨 '완전범죄' 꿈꾼 형사들, 사이렌이 꺼진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리뷰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DIRTY MONEY)
다소 직관적인 제목의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왠지 김상진 감독의 코미디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가 연상되는….)는 말 그대로 ‘더러운 돈’에 손댔다가 패가망신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연루되어 있던 (거의) 모든 인물이 참담한 결말에 이른다는 점에서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를 떠올리게도 한다. <아수라>가 권력의 덫에 갇힌 인간들의 최후를 보여준다면 이번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제목이 명시하듯, 오로지 돈에 사활을 건 인물들이 맞는 비극을 그린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뮤비웍스
영화는 인천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두 경찰 파트너, ‘명득’(정우)과 ‘동혁’(김대명)은 서 내에서 지극히 선량한 동료들이지만 동시에 부패할대로 부패한 인간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부패’에는 각자의 사연과 명분이 있다. 명득은 아픈 딸의 수술비를 위해, 동혁은 곧 결혼할 여자친구와의 새 출발을 위해 부지런히 뒷돈을 뜯고 다닌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뮤비웍스
어느 날 이들은 차이나타운에서 대형 범죄조직을 운영하는 ‘주기룡’ (백수창)이 주기적으로 거액의 현금을 중국으로 빼돌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신고도, 추적도 불가능한 범죄 자금이라는 점을 이용해 이들은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기로 한다. 잠입에 성공하여 돈을 실어 나르던 중, 이들은 범죄 현장에 잠입수사 중이던 광수대 형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 행보를 결정하지도 못한 채 예기치 못한 총격전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광수대 형사가 사망한다. 곧 경찰들이 들이닥칠 것을 감지한 명득과 동혁은 돈을 들고 은신처로 도피한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스틸컷 /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영화를 연출한 김민수 감독은 <불한당>과 <킹메이커> (두 작품 모두 변성현 연출)의 각본을 쓴 작가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작가라는 그의 출신만큼,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이하 ‘더러운 돈’)는 이야기의 동력이 압도적인 작품이다. 평범한 오락영화로 이 영화를 마주한다면 영화의 속도와 질감에 꽤 당황할 것이다.

어두운 인천 차이나타운 거리의 전경, 그리고 도시 곳곳을 메우는 환락의 공간을 배회하는 두 형사로 시작되는 <더러운 돈>은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만큼이나 어둡고 누아르적인 공기를 뿜어낸다. 이러한 영화의 강렬한 프롤로그는 얼마지 않아 두 형사 캐릭터의 ‘따뜻한’ 서사로 승화된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스틸컷 /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아픈 딸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명득은 투철한 부성을 가진 아버지로, 그러한 명득을 친형처럼 따르는 동혁은 의리 있는 동생으로, 이들은 비리 경찰이라는 외피보다는 선의를 가진 형제로 비친다. 이들은 끝까지 서로를 배신하지 않고 함께 돈을 은신처에 묻어두는 것까지 가까스로 성공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이들을 지켜보던 내부자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스틸컷 /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영화는 명득과 동혁을 의심하고, 증거를 파헤치는 눈, 광수대 팀장 ‘승찬’(박병은)이 수사 책임자로 파견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승찬은 침착하고 냉철한 성정을 가진 상관으로 보이지만 그런데도 늘 뭔가 명쾌하지 않은 그림자를 거닐고 다니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궁극적으로 승찬은 이들이 저지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게 되고, 명득과 동혁은 사선에 서게 된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스틸컷 /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앞서 언급했듯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의 가장 큰 미덕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다.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캐릭터가 마주하는 의외의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서스펜스가 이 영화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영화의 스토리, 혹은 이야기의 구성에 있어 허점이 없지 않다. 가령 잠복 중에 사망한 광수대 형사를 명득이 발견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버린 이유나 후반에서 명득과 동혁은 어떻게 승찬의 선택을 예측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생략된 것 등의 부재가 아쉽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강점이 약점을 압도하는 작품이다. 마치 명득과 동혁이 비리 경찰이지만 이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연민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을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만큼이나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지옥도’로 그려낸 것 역시 이 영화의 놓칠 수 없는 매력 중 하나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스틸컷 /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BIFF2024 Trailer l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DIRTY MONEY l 한국영화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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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