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패권 시대...강력한 자금세탁방지 집행 시작된다 [태평양의 미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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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L·E 제작 이미지
글로벌 자금세탁방지(AML) 규제 강화로 기업 경영진의 개인 책임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과 유럽의 대(對) 러시아·중국 제재 강화로 국내 기업들의 리스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천문학적 벌금으로 돌아오는 자금세탁


자금세탁이란 불법자금의 출처를 숨겨 합법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행위다. 범죄자들이 범죄수익을 합법적으로 보유하고 사용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때문에 돈의 흐름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이 이상한 거래정보를 모니터링하고 국가기관에 보고하며, 이상한 고객과의 거래를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게 '자금세탁방지 제도'의 핵심이다.

자금세탁방지 제도가 주목받게 된 건 2001년 9·11 테러 이후다. 미국이 테러자금 차단을 위해 자금세탁방지를 강화했고, 이후 대이란·북한 경제제재(sanction) 수단으로도 적극 활용했다. 실제 2017년 국내 금융기관들이 뉴욕지점의 북한·이란 자금 처리 문제로 뉴욕금융청(NYDFS)에 막대한 과태료를 물고 여러 시정조치들을 이행했던 것도 내부 자금세탁방지 체계의 미비를 이유로 한 것이었다.

최근엔 미국과 유럽 주도의 러시아·중국에 대한 수출통제를 포함한 경제제재와 가상자산업권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관련 집행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2023년 전 세계 자금세탁방지 위반에 따른 벌과금은 66억달러(약 8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미국이 51억달러(6조8000억원)로 77%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70% 증가한 수치다. 특히 벌과금의 90%가 가상자산 업계에 부과됐다. 중국도 같은 기간 14억달러(1조9000억원)의 벌과금을 부과했는데 주로 지급결제업자였다.

올해도 제재는 계속되고 있다. 상반기에만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두 곳이 750만달러(101억원)의 벌과금에 합의했다. 이처럼 자금세탁방지 위반에 대해서는 천문학적인 벌과금이 부과되고 있다. 한때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히 집행되었던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의 지위를 대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벌과금 부과 시 거의 언제나 해당 피의회사들은 내부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하는 시정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임원 개인 책임까지 확대되는 추세


우리나라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통해 자금세탁을 규제한다. 특금법은 명시적으로 금융회사 등을 통한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체계, 절차 및 업무지침의 작성 및 운용, 임직원의 교육 등 컴플라이언스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경영진과 임직원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이런 특금법 규정 및 금융감독당국의 검사·제재 관행상 대부분의 특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보고책임자가 행위자로서 책임을 부담한다. 통상 보고책임자를 임원급으로 정하는 업계 관행을 고려하면, 직상위자인 대표이사가 감독자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요구한다.

최근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임원들의 책임이 더욱 강화됐다. 올 7월부터 금융회사는 대표이사 등 임원이 부담하는 책무를 배분한 문서인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임원별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조치를 취할 법적인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일반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대법원은 이미 컴플라이언스 체계 미비에 대해 대표이사나 사외이사를 포함한 임원진의 개인적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79327 판결 등). 기업 경영진이 내부 컴플라이언스에 직접 책임을 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달러패권 시대, 내부통제 재점검 시급


최근 2~3년간 러시아·중국에 대한 수출통제와 금융제재가 강화됐다. 이제 본격적인 집행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회사는 경제제재 측면에서, 금융회사는 자금세탁방지 측면에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그간 우리 기업과 경영진은 내부 컴플라이언스 강화에 힘써왔다. 하지만 달러 패권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고려할 때 한 번 더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칫 경영진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지이나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I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사법연수원 35기를 수료한 후 법무법인 태평양에 합류했다. 2009년에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통상법무과 통상자문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미국 컬럼비아대 통상법 과정과 중국 베이징 WTO 지역 전문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다국적 기업과 외교부 파견근무 등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국내외 주요 기업 대상 반부패, 자금세탁방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 자문 및 교육 뿐 아니라 외국계 금융그룹의 미국 법무부(DOJ)와 체결된 기소유예합의 이행을 위한 AML 모니터링 관련 자문 등을 수행해왔다.
태평양의 미래금융전략센터(센터장: 한준성 고문)는 2024년 5월 출범하여, 금융권 디지털 혁신 가속화와 금융 기술 발전에 발맞춰 가상자산·전자금융·규제대응·정보보호 등 금융 및 IT 분야 최정예 전문가들로 진용을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