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印 최대규모 상장…정의선 "인도가 미래"

인도 증시 화려한 데뷔…기업가치 26조원

글로벌 큰손 몰리며 청약 흥행…'국민 주식' 반열
4.5조원 자금조달…소형 전기차 등 생산허브로
< “14억 인구와 함께”…타종하는 정의선 회장 >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이 22일 인도 증시에 상장했다. 현대차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33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인도에 재투자해 세계 3위 자동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왼쪽부터), 정 회장, 아쉬쉬 차우한 인도증권거래소 최고경영자(CEO), 얀 메츠거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책임자 등이 증시 입성을 축하하며 종을 치고 있다. /현대차 제공
22일 오전 7시 인도 뭄바이에 있는 인도증권거래소 출입구에 긴 줄이 늘어섰다. 하나같이 정장을 빼입고 있었다. 모두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공모액 기준)로 기업공개(IPO)에 나선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의 상장 기념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이었다. 인도 자본시장 관계자 등 참석자 250여 명은 접시에 담긴 심지에 불을 켜고 신에게 바치는 힌두교 의식인 ‘아르티(Aarti)’를 거쳐 입장했다. 인도증권거래소 관계자는 “10년 넘게 근무했는데 이번 기념식이 규모가 가장 크다”고 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이 이날 인도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공모주 청약에 블랙록, 피델리티 등 글로벌 큰손이 몰려 공모가는 예측범위(1865~1960루피) 최상단인 1960루피(약 3만2000원)로 결정됐다. 청약 경쟁률은 2.39 대 1이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인도가 곧 미래”라며 “현지화에 대한 헌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현대차 인도법인의 ‘몸값’은 190억달러(약 26조원)로 평가받았다. 국내에 상장된 현대차 시가총액(49조원)의 절반이 넘는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지분 17.5%를 팔아 33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손에 넣었다. 나머지 82.5%는 현대차가 계속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이날 낮 12시30분(현지시간) 기준 인도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순위 60위에 올랐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 사람들이 주식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이제 ‘인도 국민기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식에서 만난 한 기관투자가는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라며 “이런 인도 시장에서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의 미래가 밝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심했다”고 했다.

현대차는 이번 상장으로 유치한 자금 대부분을 인도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시설을 확충해 인도를 한국에 이은 ‘제2의 글로벌 생산 허브’로 조성하기 위해서다. 현대차와 기아의 인도 생산 규모는 조만간 연 150만 대로 늘어난다. 소형 전기차 등 전략 차종도 인도에 줄줄이 내놓을 방침이다. 인도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인도는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에 판매할 계획이다. 인도법인을 인도 내수시장용을 넘어 인근 지역으로 수출하는 전진기지로 키운다는 의미다.정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도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나라로 IPO를 통해 소비자에게 가까이 가려 한다”며 “전기차, 수소연료전지 등 하이테크 분야와 소프트웨어에 투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인도는 글로벌 제2 생산허브"…중동·아프리카에도 수출
IPO 자금 4.4조 인도에 재투자…年 150만대 생산체제 구축 계획

인도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요즘 가장 많이 찾은 해외 거점이다. 최근 1년여간 세 차례나 방문했을 정도다. 22일 정 회장이 찾은 곳은 뭄바이 인도증권거래소였다. 현대차 해외법인 중 처음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자리를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도 시장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인도가 곧 미래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상장을 계기로 인도법인을 한국에 이은 제2의 생산 허브로 키우기로 했다.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을 대부분 인도에 재투자하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 150만 대 생산체제

세계 최대 인구대국(14억4000만 명)인 인도는 올 회계연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8.2% 증가했다. 인도 정부의 예상치(7.3%)를 웃도는 수치다. ‘탈(脫)중국’에 나선 글로벌 기업을 인도가 껴안은 결과다. 인도는 중위연령이 28세로, 한국(46세)보다 크게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덕분에 지난해 410만 대였던 인도 승용차 시장 규모는 2030년 500만 대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가 해외법인 중 최초로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사람들이 주식을 들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인도 기업’이란 인식이 생길 것”이라며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와 차별을 걱정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이번 상장으로 유치한 4조4000억원가량 대부분을 인도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푸네공장의 생산시설 확충 공사에 1조원가량이 투입될 전망이다. 푸네공장은 이를 통해 내년 연 25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춘다. 최근 확장 공사를 마친 첸나이공장(82만4000대)과 합하면 연 107만 대 생산 체제로 늘어난다. 연 43만 대 생산이 가능한 기아의 아난타푸르공장까지 더하면 현대차·기아의 인도 생산량은 연 150만 대로 확대된다.현대차·기아는 상장을 계기로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인도에서 현대차는 2위(점유율 14.1%), 기아는 5위(5.8%)였다. ‘인도 국민차’란 이미지를 입히고 생산 능력도 끌어올려 1위(마루티스즈키·40.8%)와의 격차를 좁혀나간다는 계획이다.

○아프리카·중동 전기차 허브로

현대차·기아는 인도에서 잘 팔리는 소형 승용차에만 집중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는 내년 초 크레타 전기차를 포함해 2030년까지 5개 전기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기아도 내년에 인도에서 전기차 생산에 나서 2030년까지 4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현지 정부의 목표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인도의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도 자금을 투입한다.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셀과 배터리팩, 전기차 구동장치(PE) 등 주요 부품을 인도에서 조달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첸나이공장이 있는 타밀나두주와 향후 10년간 △전기차 배터리팩 조립 공장 신설 △전기차 라인업 확대 △고속 충전기 100개 설치 등을 약속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배터리셀 현지화까지 추진 중”이라며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기차 충전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인도기술연구소의 역량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인도 맞춤형 차량 개발뿐 아니라 전동화,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연구 임무도 맡길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인도의 정보기술(IT) 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앞으로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현대차는 인도 공장에서 만든 차량을 ‘뜨는 시장’으로 꼽히는 중동과 아프리카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유럽과 더 가까운 튀르키예 공장을 제외하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공장이 없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도와 아프리카의 인기 차종이 겹쳐 전략적 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뭄바이=류병화 기자/김재후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