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운동을 싫어하도록 진화했다

운동하는 사피엔스
대니얼 리버먼 지음
왕수민 옮김
프시케의숲
644쪽 / 2만6800원

어느덧 한 해의 끝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다음 해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올해 초 세운 계획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내년엔 기필코 이뤄내리라 다짐한다. 그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목표가 있다. ‘운동’이다. 많은 사람이 운동할 결심을 한다. 그리고 또다시 실패한다. 우리는 운동이 좋은 건 분명히 잘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하기 싫은 걸까?미국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인 대니얼 리버먼은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한마디로 명쾌하게 정의한다. “우리가 운동을 싫어하고 게으른 건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저서 <운동하는 사피엔스>에서 운동과 관련한 ‘12가지 미신’을 제시하고, 이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우리는 운동하도록 진화했다’ ‘매일 밤 8시간은 자야 한다’ ‘달리기는 무릎에 나쁘다’ ‘나이 들수록 몸을 덜 움직이는 게 정상이다’ 등이다.

저자는 진화생물학과 인류학의 관점 아래 운동에 관한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 그의 연구는 하나의 의문에서 시작됐다. ‘운동이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왜 진화의 메커니즘은 기꺼이 운동을 하고자 하는 인자를 선택하지 않았을까?’저자에 따르면 인류학과 진화생물학의 많은 증거는 인간이 최대한 가만히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운동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이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이런 관점은 운동하지 않는 사람을 다그치게 하고, 더욱 운동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먼 거리를 오래 달리면 마모 때문에 무릎과 엉덩이의 물렁뼈가 깎여 골관절염이 생길까. 저자가 십수 건의 사례를 정밀히 연구한 결과, 달리기 등의 신체활동은 오히려 물렁뼈를 더 튼튼하게 해 골관절염을 막아준다. 무릎 골관절염 발병 확률이 두 배 높아진 것은 옛날보다 ‘더’가 아니라 ‘덜’ 움직여서다.

흔히 나이가 들면 기력이 쇠하고 활동력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면 그렇지 않다. 노인일수록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인다. 근력이나 힘은 당연히 젊은 사람보다 떨어지겠지만, 신체 활동은 더 활발한 듯 보인다.그렇다고 운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움직이기 싫어하도록 진화한 몸을 어떻게 운동하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둔다. 운동하다가 자꾸 몸이 아프고 지치는 이유는 진화적 본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최적의 운동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인간이 운동을 회피하도록 진화했지만 운동의 효과는 분명하다고 강조한다. 운동하면서 몸은 손상을 입지만 이후 모든 손상을 보수할뿐더러 과거에 운동하지 않았을 때 생긴 일부 손상도 고친다고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운동이 요구하는 신체 수준에 자신의 몸을 맞추는 것이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