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로보틱스, 위험 업무 대체 로봇으로 주목

로봇 산업은 인간의 인력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비판받기도 하지만, ESG 관점에선 근로 환경 개선과 이에 따른 사회적가치 창출 등 ESG 중 S(사회적책임) 요소를 강화하는 측면이 강하다. ESG 관점에서 산업재해 예방 및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위험 업무를 대체할 제조 로봇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일로보틱스는 주목할 만한 종목이다.
[한경ESG] -ESG 핫 종목
카페에서 커피 만드는 로봇, 서빙하는 로봇 등은 5년 전만 해도 흔하지 않았지만 요즘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보이는 서비스산업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제조업의 변화도 크다. 산업현장에서는 로봇으로 제조 인력이 빠르게 대체되고 있고, 인건비 상승은 이를 부추기고 있다. 실수요가 있다 보니 투자가 활발해지고 기술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업계에서는 폭발적 수요 증가를 야기할 ‘특이점’이 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산업재해 예방 및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위험 업무를 대체할 제조 로봇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젠 로봇도 ESG 투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유일로보틱스는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시스템부터 산업용 로봇까지 개발하고 생산하는 로봇 전문 기업이다. 제조업 분야의 로봇 자동화를 이끌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다.
로봇, 알고 보면 ESG 투자지난 10월 10일(현지 시간) 테슬라가 ‘We Robot’ 행사를 진행하며 로봇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자율주행 로봇 기술이 대중의 기대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향후 휴머노이드(인간 형태 로봇) 시장의 성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강희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로봇이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완결되기 전까지는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양한 현장에서 사람을 보조하는 형태의 로봇이 먼저 상품화돼 등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 제조 현장이 대표적이다. 프레스, 차체 조립, 도장, 의장 등 공정을 거치는 자동차 제조만 봐도 여전히 노동집약적 의장 작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그 예다.

의장 공정은 계기판, 디스플레이, 시트 장착, 배선 관리 등 작업이 포함되는데, 이는 동작 변수가 많다 보니 아직 로봇의 영역이 아니다. 위험도가 높거나 반복 작업으로 산업재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공정의 경우 향후 AI 혁명과 함께 등장할 제조업 로봇이 이를 대체할 수 있다. 로봇의 인지추론학습 능력이 고도화하면서 그동안의 단순 작업을 하는 로봇 수준을 넘어 ‘생각하는’ 제조업 로봇의 등장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로봇 산업은 인간의 인력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비판받기도 하지만, ESG 투자 관점에서는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ESG 측면에서 보면 근로 환경 개선과 이에 따른 사회적가치 창출 등 ESG 중 S(사회적책임) 요소를 강화한다”며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면서 작업장 안정성을 높이고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게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로봇의 확산이 그동안 육체적 능력의 한계로 제조업을 할 수 없던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포용적 근무 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산업 로봇의 선두 주자

유일로보틱스는 국내 로봇업체 중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2011년 설립되어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시스템부터 산업용 로봇까지 개발하고 생산하는 토털 솔루션업체다. 2021년 로봇 산업 부문 대통령상을 받고, 이듬해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500만불 수출탑도 수상했다. 올해는 SK온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 SK온 100% 자회사인 SK 배터리 아메리카가 지난 6월 37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증권업계에서는 SK온의 2차전지 생산 공정 자동화에 로봇 솔루션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유일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은 직교 로봇, 다관절 로봇, 협동 로봇으로 구성된다. 직교 로봇은 사출성형기 금형 내에서 가공된 플라스틱 제품을 꺼내는 로봇이다. 다관절 로봇은 회전운동을 하는 여러 개의 관절이 조합된 로봇으로 용접, 핸들링, 고하중, 꺼내기, 자르기 등 다양한 환경에 적용 가능하다. 공장 자동화의 핵심이 되는 로봇들이다. 협동로봇은 작업 지원 용도로 쓰이는 다관절 로봇의 일종이다.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향후 AI를 통해 발전하면 인간과 대화를 나누며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로봇이다. 올 상반기 기준 매출은 97억 원, 매출 비중은 59.98%다. 지난해에는 산업용 로봇 매출 비중이 22.6%였으나 올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매출(66억 원)을 한참 뛰어넘었다.

최재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투자한 레인보우로보틱스 사례를 보면, 대기업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며 “SK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추가적 지분 확대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평균 주가매출액비율(PSR)이 120배 이상인 것과 대비하면 현재 유일로보틱스의 PSR은 10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 최 연구원 설명이다.

주가 전망은

10월 22일 기준, 유일로보틱스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70% 넘게 뛰었다. 시가총액도 3800억 원대로 올라섰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영업이익 적자가101억 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10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지만, 2분기 들어 3억 원으로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흑자 전환과 함께 주가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91%에 달하던 원가율이 올해 1분기 들어 78%까지 떨어지며 이익률 개선에 기여한 덕이다. 지난해 146%에 달하던 부채비율이 올 상반기 37%까지 떨어진 것도 고무적이다.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률도 9.4%에서 22.3%로 늘었다. 모두 주가 흐름에는 긍정적 재료다. 다만, 시가총액 규모가 아직 크지 않다 보니 목표 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없다. 이제 막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도 계산하기 어려운 상태다. 핵심은 매 분기 나올 실적에서 얼마나 이익을 꾸준히 실현하는지, 로봇 관련 수주 호재가 계속 나오는지 등이다. 로봇 관련 연구개발 성과가 경쟁사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지도 체크하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 다른 로봇 상장사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만큼 상승 호재를 만나면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