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레전드들을 모으다니"…넥슨, 제대로 판 깔았다 '대박'

넥슨 30주년 기념, 역대급 예산 투입
2024 아이콘 매치 양일간 10만 관객
사진=연합뉴스
"축구계 전설들이 뛰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넥슨 2024 아이콘 매치' 당일인 지난 20일 경기를 보러왔다는 최유성 씨(29) 는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전성기를 지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열심히 경기하는 모습이 감동스러웠다. 비록 응원하는 팀은 졌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앞서 경기 전날인 19일 이벤트 데이에 참석한 인천 거주 김모 씨(34)는 "레전드들이 한 자리에 모이다니 꿈만 같다. 얼굴만 봐도 정말 좋다"며 "오늘 처음 본 축구 팬들끼리 다닥다닥 붙어서 선수들을 구경했다. 평소 인증샷을 찍는 편이 아닌데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드로그바, 카카, 피구 등 전세계 레전드 선수들 한자리에

최유성씨가 찍은 '메인매치' 경기 모습 사진=유지희 기자
지난 19~20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는 전 세계 축구 레전드들과 2002년 한일월드컵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 태극전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틀간 참석한 약 10만명의 관중은 고이 보관해 오던 유니폼을 꺼내입고 레전드들 경기를 보며 환호했다.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넥슨과 축구 전문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가 함께 진행했다. 넥슨이 서비스하는 축구 게임 'FC 온라인', 'FC 모바일'에서 은퇴한 전설적 선수들로 구성된 '아이콘 클래스'에 속하는 축구 선수들이 실제 경기장에 모여 공격수로만 구성된 'FC 스피어(창팀)'과 수비수로만 이루어진 '실드 유나이티드(방패팀)'에 각 11명씩 선수가 소속돼 전·후반 45분씩 풀타임 경기를 펼쳤다.

넥슨은 축구를 소재로 한 'FC 온라인'과 'FC 모바일' 이용자가 축구에 대한 높은 애정을 보이는 만큼 게임과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이 같은 큰 경기를 기획했다.

넥슨이 개최한 '2024 아이콘 매치에는 '검은 예수' 드로그바, 잉글랜드 최고 수비수 퍼디난드를 비롯해 베르바토프, 비디치, 카카, 마스체라노, 피구, 야야 투레 등 화면에서만 볼 수 있었던 레전드 축구 선수들이 모였다. FC온라인에서 평가받는 이들의 총가치는 240조원에 달한다.박정무 넥슨 FC그룹장은 19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넥슨 30주년을 맞아 아이콘매치 개최에 역대 예산을 가뿐히 뛰어넘는 예산을 투입했다"고 소개했다.

넥슨은 아이콘 매치를 기획하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을 '선수 섭외'로 꼽았다. 레전드 축구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가 가장 중요한 메인 이벤트인 만큼 이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 위해 올해 7월부터 2개월가량 섭외에 매진했다.

회사 관계자는 "레전드 축구 선수 섭외는 넥슨과 슛포러브가 각자 연이 있는 선수들을 주로 담당했다. 특히 넥슨, 슛포러브와 촬영 경험 있는 선수들이 많았기에 선수들 설득에 한층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생중계 시청자 360만명…최고 동접자 27만명

사진=유지희 기자
섭외에 공을 들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양일간 온라인에서 누적 온라인 생중계 시청자 수는 약 360만명,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약 27만명에 달했다. 아이콘 매치 단독 중계 방송사 MBC의 TV중계 시청률은 3.5%였다. 유니폼과 머플러 등 아이콘 매치 브랜딩 굿즈 전량이 매진됐다.

19일 진행된 전야제 성격의 ‘이벤트 매치’에서는 게임을 연계한 화려한 오프닝과 이색 대결, 전술 훈련이 진행됐다. 경기장은 레전드 선수들의 현역 시절 유니폼을 착용한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세 가지 콘셉트로 진행된 미니 게임에는 현역 시절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선수들이 출전해 진풍경을 자아냈다. 이벤트 매치는 1 vs 1 대결, 파워 대결, 슈팅 대결 순서로 진행됐다. 1 vs 1 대결은 한 골을 넣은 2002 레전드 이천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FC 스피어' 선수들은 '실드 유나이티드' 골키퍼 에드윈 반데사르의 선방에 막히며 실드 유나이티드가 승리했다. 파워 대결에서도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야야 투레가 드로그바를 상대로 7개의 패널을 격파하며 실드 유나이티드가 이겼다. 마지막 슈팅 대결은 델 피에로가 현역 시절을 연상시키는 환상적 프리킥을 선보이는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FC 스피어'가 승리했다.

최종적으로 실드 유나이티드가 세트스코어 2대 1로 이벤트 매치에서 승리했으며, 주장 퍼디난드는 흰색 곤룡포를 입고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또한 실드 유나이티드의 이름으로 푸르메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티켓 수익 일부 금액인 1억원이 기부됐다.

20일 진행된 '메인 매치'는 상상을 현실에 구현한 축구 경기로, FC 스피어와 실드 유나이티드가 맞붙었고 6만4210명 현장 관중의 응원과 함성으로 가득 채워졌다.

초유의 관심사였던 FC 스피어와 실드 유나이티드의 메인 매치는 전반 초반 세이도르프의 패스를 받은 야야 투레의 선제골과 이어진 세이도르프의 장거리 골로 전반전을 2대 0으로 앞서 나갔다. 후반 9분에는 세이도르프의 패스를 받은 박주호가 득점했으며, 35분에는 마스체라노가 한 골을 더 추가하며 쐐기를 박았다. 종료 직전 FC 스피어 코치 박지성이 깜짝 등장해 페널티킥으로 득점에 성공했으나, 최종 스코어 4대 1로 실드 유나이티드가 승리를 거뒀다.

박지성 팬 오열하는 모습 감동…나폴리맛피아 식당 인증샷 '화제'

(위) 넥슨 중계 화면에 잡힌 오열하는 박지성 팬의 모습 교토 상가FC(구 교토퍼플 상가)유니폼을 입고있다,(아래) 흑백요리사 우승자 나폴리맛피아의 식당에 방문한 이탈리아 축구 레전드 선수들/사진 출처=SNS
넥슨의 2024 아이콘 매치는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날 메인 매치에서는 좋지 않은 무릎 상태로 출전이 어려울 것 같았던 박지성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는 후반 40분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과 함께 교체 투입된 직후 페널티킥에 성공했고, 경기장에는 박지성의 현역 시절 응원가였던 '위송빠레'를 부르는 팬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박지성이 후반부 안정환과 교체해 투입되자 보라색 축구 유니폼을 입은 한 팬이 오열하는 장면이 잡혔다. 이 유니폼은 박지성이 선수 인생 처음으로 프로팀으로 입단한 일본 J리그 교토 상가 FC(구 교토퍼플 상가) 유니폼으로 알려졌다. 이 팬은 박지성의 프로 데뷔부터 은퇴까지 모든 시즌 유니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넥슨 아이콘 매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이탈리아 축구 레전드 델 피에로, 피를로, 칸나바로, 보누치 등이 최근 화제의 중심에 오른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출연진인 '나폴리 맛피아(본명 권성준'가 운영하는 식당에 방문한 사진도 공개됐다.이들이 식당에 방문한 것은 축구 전문 유튜브 채널인 슛포러브 촬영 때문으로 전해졌다. 나폴리 맛피아는 흑백요리사에서 2010년 푸드네트워크 아이언 셰프 우승자인 에드워드 리를 꺾고 우승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