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 확 바뀌었다"…각잡고 만든 '회장님 전기차' 타보니 [신차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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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80 전동화 부분 변경 시승플래그십 준대형 세단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 중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이지만 전기차는 판매량이 저조하다. 제네시스가 3년 만에 신차 못지않은 대대적 변화를 거친 G80 전동화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한 배경이다.
2열 편의성 강조…승차감도 개선
23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1~9월 G80 판매량은 3만4880대로, 전체 제네시스 판매량의 약 35%를 차지했다. 반면 G80 전동화 모델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한 197대 판매에 그쳤다.G80 전동화 모델 신차는 이런 상황을 풀어낼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해당 모델을 타고 서울 근교 약 20㎞를 달려보니 전기차지만 내연기관차 같은 주행감 등이 돋보였다. 특히 뒷좌석 공간감을 넓히는 등 '쇼퍼드리븐(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으로서의 면모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회장님 타는 전기차'로 변신...뒷좌석 변화 눈길
G80 전동화 모델의 가장 큰 변화는 '뒷좌석'이다. 주로 회장님이나 사장님 등 운전기사가 있는 자동차인 쇼퍼드리븐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고급 사양이 대거 탑재된 게 눈길을 끌었다.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쓰지 않았음에도 넉넉해 보이는 뒷좌석 공간이 특징. 전동화 모델은 부분 변경을 거치면서 휠베이스를 130㎜ 넓혀 뒷좌석 공간 확보에 주력했다. 전 모델 대비 레그룸은 83㎜ 길어진 995㎜, 헤드룸은 20㎜ 추가돼 950㎜까지 늘어났다. 성인 남성이 2열 시트를 눕혀 다리를 쭉 뻗어도 좁은 느낌이 안 들 정도다. 오랜 시간 차를 타도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 에르고 모션 시트 등을 탑재했다.뒷좌석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어필 포인트다. 앞좌석 뒷부분에 탑재된 디스플레이를 켜면 넷플릭스, 불룸버그 등 뉴스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즐길 수 있는 기능이 마련됐다. 시승할 때 같이 탄 동승자는 뒷좌석에 앉아 요즘 유행하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시청했다. 심지어 노래방 기능인 TJ미디어 애플리케이션(앱)을 틀어 노래방처럼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내릴 때는 이지 클로즈 시스템이 있어 문을 여닫기도 편리했다. 이러한 기능들은 쇼퍼드리븐 차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 기능이다. 동승자는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차량 탑승 시 최대한의 편리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실내 디자인 또한 나파 가죽 시트나 뒷좌석의 도어 트림 퀼팅, 우드 가니쉬 같은 포인트가 플래그십 세단으로서의 고급스러움을 한층 높였다. 사운드도 뱅앤올룹슨 고해상도 시스템을 사용해 뒷좌석에서 영화 볼 땐 마치 영화관 같은 느낌을 준다.
묵직한 세단에 부드러운 핸들링...1회 충전 거리 475km
주행감 또한 눈길이 간다. 우선 G80 전동화 부분 변경 모델은 1회 충전 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복합 기준 475㎞로, 기존 대비 48㎞가 늘었다. 주행 시 묵직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핸들링은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 차체 중량이 늘어났음에도 안정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이었다. 방지턱을 지날 때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승차감에 신경을 썼다.주행 성능 또한 뒷좌석 탑승자가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주행 모드에 '쇼퍼 모드'를 새롭게 적용했다. 차체가 길어서 회전 반경이 클 것 같지만 후륜 조향 기능으로 회전 반경이 줄어들어 좁은 골목이나 협소한 주차 공간에서도 간결한 조작으로 주행이나 주차를 할 수 있었다.덕분에 준대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큰 차에 부담감을 가지는 여성도 부담스럽지 않게 주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여성인 기자도 주행 시 차가 크다는 느낌을 그다지 받지 않고 쉽게 운전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G80 전동화 부분 변경 모델은 플래그십 세단뿐 아니라 의전 차량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특히 2열 편의성에 대대적으로 신경을 쓴 것이 가장 큰 포인트다. 해당 모델 가격은 8490만원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기존 모델보다 100만원 이상 가격이 인상됐지만, 대폭 늘어난 공간과 편의성에 비하면 가격 인상 폭이 최소화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