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회고록은 자신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서평]
입력
수정
나와 타인을 쓰다
베스 케파트 지음
이지예 옮김/글항아리
376쪽|1만9000원

국내에서도 회고록 출간이 늘고 있다. 좋은 평가를 받는 책은 드물다. 자기 자랑, 폭로성 회고, 무미건조한 사실의 나열 등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타인을 쓰다>는 회고록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 베스 케파트는 미국 작가이며,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회고록 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회고록을 쓰려면 먼저 “자신의 입장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분노, 자기 과시, 부당함, 불운, 절망, 화를 지나 자비로 나아가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회고록 작가는 행동을, 선택을, 기분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회고록이 이 지점에서 실패한다. 가해자를 고발하면서 실패하고, 글의 예술성을 구현하지 못해 실패한다.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드는 공감 능력에서 패배하기도 한다.

글쓰기도 결국은 기술이다. 연습이 필요하다. 잘 쓰는 법을 책으로 배운다고 잘 쓰게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방향을 아는 건 연습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책은 회고록을 잘 쓰기 위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준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