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시바, 韓에 우호적이지만…과거사 문제 기대 못미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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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의원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비교적 친한파로 분류되지만,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23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일본 신임 총리 취임 이후 한일 관계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일본 신임 총리 취임에 따른 변화와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김기현 한구무역협회 국제협력본부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를 비롯해 기업·학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이날 발제자로 나선 최은미 연구위원은 "27일 중의원 선거에 따라 '최단기 내각'이 될 수도 있다"고 짚으면서 "이번 선거가 중요한 이유"라고 운을 뗐다. 그는 자민당이 단독 과반인 233석을 차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 역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출범 초기 지지율이 매우 낮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언론은 최근 선거 판세를 분석해 자민당 의석수가 현재 247석에서 크게 줄어 중의원 과반인 233석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을 달성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런 배경을 두고 이시바 총리가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든지, 위안부 문제를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계속 사과해야 한다는 등 전향적인 발언을 많이 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할 건지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내부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취임 전과 취임 후 말이 다르다며 '우소츠키'(거짓말쟁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할 만큼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다"고 했다.특히 역사 문제의 경우 한국이 기대하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너무 높은 기대치는 오히려 이시바 총리만의 색깔을 봉인,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간 주장해온 '아시아판 나토' 역시 일본 내부나 주변국의 반응이 미온적인 상황이라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 파병과 관련한 일본의 입장에 대해서도 "이시바 총리가 국내 지지도도 낮은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국내외적으로 모두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는 "아베노믹스 탈피를 선언했던 이시바 총리의 초기 구상과 달리 취임 3주가 지난 지금 입장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앞두고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 간 정책 연대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이시바 총리의 태도 덕분에 향후 한일 관계에는 순풍이 예상되나 경제협력에 있어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해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자민당 내 소수파이지만 높은 국민 지지도를 바탕으로 총리에 오른 이시바 총리는 온건파 정치인으로 분배를 중시하고, 아베 전 총리의 ‘강한 일본’ 노선에 반대해 왔다"면서 "한국과 역사 문제에 겸허한 자세를 보이며 한일 관계 회복에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한국무역협회는 23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일본 신임 총리 취임 이후 한일 관계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일본 신임 총리 취임에 따른 변화와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김기현 한구무역협회 국제협력본부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를 비롯해 기업·학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이날 발제자로 나선 최은미 연구위원은 "27일 중의원 선거에 따라 '최단기 내각'이 될 수도 있다"고 짚으면서 "이번 선거가 중요한 이유"라고 운을 뗐다. 그는 자민당이 단독 과반인 233석을 차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 역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출범 초기 지지율이 매우 낮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언론은 최근 선거 판세를 분석해 자민당 의석수가 현재 247석에서 크게 줄어 중의원 과반인 233석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을 달성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런 배경을 두고 이시바 총리가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든지, 위안부 문제를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계속 사과해야 한다는 등 전향적인 발언을 많이 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할 건지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내부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취임 전과 취임 후 말이 다르다며 '우소츠키'(거짓말쟁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할 만큼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다"고 했다.특히 역사 문제의 경우 한국이 기대하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너무 높은 기대치는 오히려 이시바 총리만의 색깔을 봉인,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간 주장해온 '아시아판 나토' 역시 일본 내부나 주변국의 반응이 미온적인 상황이라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 파병과 관련한 일본의 입장에 대해서도 "이시바 총리가 국내 지지도도 낮은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국내외적으로 모두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는 "아베노믹스 탈피를 선언했던 이시바 총리의 초기 구상과 달리 취임 3주가 지난 지금 입장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앞두고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 간 정책 연대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이시바 총리의 태도 덕분에 향후 한일 관계에는 순풍이 예상되나 경제협력에 있어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해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자민당 내 소수파이지만 높은 국민 지지도를 바탕으로 총리에 오른 이시바 총리는 온건파 정치인으로 분배를 중시하고, 아베 전 총리의 ‘강한 일본’ 노선에 반대해 왔다"면서 "한국과 역사 문제에 겸허한 자세를 보이며 한일 관계 회복에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