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렵게 찾아온 여야의정 대화 기회, 몽니 부리는 野

의료계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뒤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묘하다. 공식 논평에선 “결단을 환영한다”고 했지만 진성준 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지금으로서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가 어렵다”고 했다.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단체들이 전공의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전공의를 설득하기도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협의체 참여에 거리를 둔 것이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도 “협의체 구성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며 “정부·여당은 전공의·의대생 참여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의료 갈등을 풀기까지 아직 갈 길이 먼 건 사실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들은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했고 대한의사협회도 불참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학회 등이 협의체에 들어온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풀리는 것도 아니고 이들 역시 정부와는 입장 차가 크다. 그럼에도 이들의 결정이 주목받는 건 지난 8개월간 꽉 막힌 의료계와의 대화 물꼬가 터졌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렇게라도 대화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한의학회는 “일단 협의체를 시작해 다른 의료계 단체까지 확대 참여할 수 있도록 저희가 선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실제 다른 의료 단체들도 협의체 참여 여부를 숙고하는 분위기다.

지금 상황은 심각하다. 전공의 이탈과 의대 수업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남은 의료진은 지쳐가고 신규 의사 배출엔 빨간불이 켜졌다. 어렵게 쌓아 올린 대한민국 의료 체계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어떻게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다. 정부·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힘을 모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6일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을 때 민주당은 “원래 우리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며 “즉시 가동하자”고 맞장구를 쳤다. 그래 놓고 막상 협의체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딴소리를 하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전형적인 몽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