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퓰리즘 탓에 4년간 70% 넘게 뛴 산업용 전기료

정부가 또다시 가정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저항이 작은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했다. 반복되는 ‘전기요금의 정치화’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원천이던 전기료가 이젠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이후 가정용 요금은 1년5개월간 그대로 두고 같은 기간 산업용 요금을 19% 올렸다. 지난해 11월 산업용 요금을 7%가량 인상한 데 이어 이번에도 산업용만 9.7% 올렸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 요금 인상률은 5.2%, 대기업용으로 분류되는 산업용(을) 요금 인상률은 10.2%였다.이에 따라 300㎾ 이상 고압 전력을 쓰는 대기업은 오늘부터 ㎾h(킬로와트시)당 182.7원을 내야 한다. 2020년 12월 이후 8회나 요금이 올라 4년 만에 70% 이상 전기료를 더 부담하게 된 것이다. 가정용 요금 인상률(38%)의 두 배 수준이다. 고압선을 이용하는 산업용 전기는 송배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적어 가정용보다 원가가 낮지만 실제 요금에선 산업용이 가정용(120원)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이런 나라는 주요 국가 중 한국과 중국밖에 없다고 한다. 미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110원 정도로 가정용(222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산업용 전기료만 올리면 국내 산업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석유화학과 태양광, 철강 업체들이 저렴한 전기료를 찾아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천문학적인 보조금과 한국보다 싼 전기요금 때문에 미국행을 택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정부는 이미 2021년 에너지 가격 변동분을 분기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으나 매번 정치 논리에 밀려 관철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도 시장 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을 구축하는 것을 12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채택했지만 전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천재지변이나 국가적 위기가 아니라면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일부라도 반영해 전력시장에 시장원리가 통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매번 땜질식 처방으로 산업용 요금만 인상하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 탈출만 부추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