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의 벽 넘어설 '글라스코어'…5~10년 내 반도체 판도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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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퓨처테크 최전선을 가다미국 동부 뉴욕에서 4시간 정도 북서쪽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면 코닝시가 나온다. 글로벌 특수 유리 세계 1위 코닝의 본사가 있는 도시다. 1851년 창업한 에이머리 호턴 시니어는 1868년 이곳으로 본사를 옮기며 사명을 도시 이름으로 바꿨다. 코닝은 1908년 미국 민간기업 역사상 최초로 연구개발(R&D)을 위해 연구소를 세운 기업 중 하나다. 그 연구소가 코닝의 미래를 책임질 ‘설리번파크’다.
(10) 특수유리 세계 1위 '코닝'
특수유리 파운드리 선두…"고객 원하는대로"
액체상태 유리, 수직으로 떨어뜨려 굳히는 방식
기존 실리콘보다 얇고 평평…미세회로작업 수월
칩 쌓아 성능 올리는 3D패키징서 핵심 역할할 것
美 민간기업 최초로 R&D연구소 설립
닷컴 버블로 주력 광통신사업 붕괴 위기였지만
스마트폰 커버유리 '고릴라 글라스' 만들어 극복
자율주행 대비 車디스플레이용 유리사업도 진출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글라스 코어
코닝은 이 공법을 활용해 초정밀 미세 회로가 필요한 반도체 유리기판을 ‘테스트’하고 있다. 라포스 이사는 “515㎜×510㎜ 크기의 글라스 코어 기판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고객사와 논의 중”이라며 “인공지능(AI) 가속기 등 여러 기능의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연결하려면 반도체 크기가 커야 하는데 글라스 코어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글라스 코어는 실리콘에 비해 표면이 고르고 평평해 미세 회로 작업이 수월하고,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다. 코닝은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이는 대신 여러 개의 칩을 쌓아 성능을 향상시키는 3차원(3D) 패키징에서 글라스 코어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 유리의 깨짐 현상을 제거하는 등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라포스 이사는 “글라스 코어 시대가 본격화하려면 쌓아올린 칩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유리관통전극(TGV) 등 실리콘 기판에 맞춰져 있는 현재의 반도체 장비 생태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며 “이 과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주가 1달러 추락 위기도 극복
코닝의 또 다른 미래 사업은 차량 디스플레이용 유리 사업이다. 자율주행 차량 시대가 도래하면 코닝 유리의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관측했다. 고열이 아닌 실온에서도 구부릴 수 있는 유리인 ‘오토그레이드 고릴라 글라스’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엔 콜드폼 기술 공정을 적용했다. 일반 유리보다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데다 차량 전체의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연료 효율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량 디스플레이 전면에 3D 영상을 구현하는 데도 장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 126억달러(약 17조4200억원)에 영업이익 14억달러(약 1조9400억원)를 거둔 코닝은 올해 AI 열풍 덕에 호실적이 예상된다. 코닝은 올해부터 3년간 매출을 30억달러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뉴욕(코닝)=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