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누가 먹나" 했는데…MZ들 사이 난리 난 음식 [김세린의 트렌드랩]

21회

'내시피족'에 베스트셀러템 노리는 업계

SNS 인기 레시피, 카페 효자 메뉴 됐다
'아샷추', 마니아 음료서 젊은층 '고정픽’으로
투썸, '바나나샷' 넣은 이색 신제품 인기 선점
농심, '신라면 툼바'로 국내 소비자 공략 성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들어 나만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내시피(나의+레시피)’ 트렌드가 단순 유행을 넘어 대중의 식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플루언서들 영향력이 커진 영향입니다.

내시피족 트렌드는 색다른 방식으로 제품을 재창조하는 ‘모디슈머’ 트렌드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간편하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가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신드롬급 인기를 끈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편의점 재료만을 쓴 디저트 ‘밤 티라미수’가 등장, SNS에 쉽고 간단한 밤 티라미수 레시피가 우후죽순 올라왔습니다. 이는 편의점 업계의 신상품 출시 경쟁으로 이어졌습니다.23일 업계에 따르면 트렌드에 발 빠르게 반응하는 식음료 브랜드들이 연달아 MZ(밀레니얼+Z)세대가 즐기는 모디슈머 먹거리를 출시하며 인기몰이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화제인 레시피에 각 브랜드만의 특색과 노하우를 적용해 보다 품질이 높고 일정한 맛을 내는 식으로 제품화에 몰두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제품은 SNS 레시피를 프랜차이즈 카페나 편의점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투썸플레이스 '아샷추'. 사진=투썸플레이스 제공
카페 업계에서 모디슈머 트렌드가 제품 출시까지 이어진 사례는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일명 ‘아샷추’가 대표적입니다. 아샷추는 일부 마니아층이 즐기는 커스터마이징 메뉴로 소소하게 이름을 알렸으나, SNS를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며 지난 여름 정식 제품으로 나왔는데요.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에서 연이어 아샷추를 메뉴로 선보이며 MZ세대의 마음을 공략했습니다. 일례로 투썸플레이스 아샷추는 지난 6월 출시한 지 2주 만에 판매량 30만잔을 돌파했습니다. 커피 신메뉴 중 ‘최단기간 최다 판매’ 신기록을 경신했다는 게 투썸 측 설명입니다.회사에 따르면 투썸 아샷추는 10~20대 판매 비중이 약 40%에 달하는데, SNS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연령대이자 트렌드를 주도하는 잘파세대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는 설명입니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아샷추 메뉴는 소수만 즐기던 ‘메뉴판에 없던 메뉴’로 출발해 젊은 층의 ‘최애’ 커피 메뉴로 부상했다”며 “아이스 음료에 대한 수요가 높은 여름이 지나서도 현재까지 누적 200만잔의 판매량을 올리며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NS에서 화제가 된 '바나나+커피' 조합 레시피 관련 영상들. 사진=유튜브 캡처
투썸은 최근 대표적인 K-음료로 알려진 ‘바나나맛 우유’와 커피를 섞어 먹는 레시피가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새로운 마이크로 트렌드가 된 점에 주목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커피는 전 세계인들의 일상적인 음료인 만큼 각종 커스터마이징 레시피가 유행한 적이 많았다”면서도 “바나나 맛은 호불호가 잘 안 갈리고 커피와 부드럽게 어울린다는 점에서 색다른 조합으로 주목받고 있는 걸 확인했다”고 귀띔했습니다.

이에 지난 8일 ‘바나나 샷 아메리카노’와 ‘바나나 샷 라테’를 출시했는데요. 바나나맛과 투썸플레이스 프리미엄 커피를 조합한 신메뉴로 깔끔한 아메리카노 버전과 부드럽게 음미할 수 있는 라테 타입 중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게 내놨습니다.
투썸플레이스 '바나나 샷 아메리카노'. 사진=투썸플레이스 제공
해당 메뉴들은 출시되자마자 온라인상에서 “요즘 바나나 커피 유행이던데 투썸에서 나왔구나”, “어떤 맛일지 사 먹어 보고 싶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아메리카노, 카페 라테 등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커피가 아닌 특이하고 트렌디한 메뉴를 선보여 SNS에서 바나나 커피 레시피를 접해봤을 젊은층 고객들의 기대감을 유발하고자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외에도 SNS나 방송, 영화 등을 통해 인기를 끈 레시피를 가장 신속하게 제품으로 내놓는 곳은 라면 업계입니다. 워낙 신제품 출시가 빈번한 업계인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서 라면 레시피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농심 '신라면 툼바'를 SNS 화제의 레시피로 조리한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최근 농심은 라면 요리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은 ‘신라면 투움바’ 레시피에서 착안, 지난달 23일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을 출시했습니다. 신라면 투움바는 신라면에 우유와 치즈, 새우, 베이컨 등을 넣어 만드는 음식으로 특유의 매콤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2016년부터 SNS에서 꾸준히 입소문을 타온 제품인데요. 농심은 신라면의 매운맛을 바탕으로 생크림, 체더치즈, 파마산치즈의 고소한 맛을 더해 투움바 파스타의 매콤하고 꾸덕꾸덕한 식감을 구현해내는 데 주력했습니다.실제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은 출시 직후 모디슈머 레시피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SNS를 중심으로 큰 화제가 되며 출시 18일 만에 210만개가 팔렸습니다. 같은 기간 편의점 채널에서 농심 용기면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인기에 힘입어 농심은 지난 ‘11일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을 봉지 면으로 만든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농심 관계자는 “출시 약 3주 만에 봉지면 출시를 결정한 이유는 용기면이 예상을 뛰어넘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용기면 공급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봉지면을 요청하는 소비자 의견이 이어져 봉지면 출시를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식음료 업계가 SNS 인기 레시피 등을 바탕으로 선보인 신제품들은 출시 전부터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품절대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어느 정도 ‘아는 맛’이라는 친숙함 덕에 구매 전환이 원활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가 아닌 중소업체들도 이런 소비 경향을 반영해 기본 메뉴에 집중하기보다 특색있는 신제품을 선보이는데 집중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짚었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