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 탄생 주역…6선 의원 지낸 與 원로

이상득 前 국회 부의장 별세

대선공약 입안한 '안국포럼' 주축
李 정권때 '만사兄통'으로 통해
MB "형, 국가위한 정치하라 조언"
23일 숙환으로 별세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2011년 청와대에서 동생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나란히 걷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으로 코오롱 대표이사와 6선 의원을 지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숙환으로 23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1935년생인 이 전 부의장은 코오롱상사 등에서 기업인으로 활동하다 1988년 정치에 입문했다. 포항 남·울릉 지역구에서 13대부터 18대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내리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국회 재정경제위원장(현 기획재정위원장) 등의 요직을 역임했다.이 전 부의장의 가장 큰 정치적 족적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국회부의장이던 2006년 6월부터 2008년 5월 사이 치러진 한나라당 대선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동생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것으로 전해져 있다. 대선 경선 룰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계와 충돌이 있었던 2007년 친이(친이명박)계를 이끌며 협상을 주도했다. 이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입안한 안국포럼의 주축이기도 했다.

이 전 부의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과 인사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왕 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이 전 부의장 보좌관, 이 전 대통령과 5년간 함께한 장다사로 전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은 이 전 부의장 비서실장 출신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힌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도 이 전 부의장과 육사 동기생이다. 이 때문에 스스로 공개 활동을 자제했음에도 ‘만사형통’(모든 일이 형으로 통한다)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부의장은 대통령 일본특사단장 및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 나서 2012년 일본으로부터 1200권에 달하는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볼리비아를 수차례 방문해 리튬을 확보하는 등 자원 외교에도 기여했다. 다만 말년에는 솔로몬저축은행 정치자금 수수, 측근에 대한 포스코 일감 몰아주기 등이 사실로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이날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전 대통령은 “(형님이) 정치는 도전하고 힘 있게 하는 것보다 겸손하고 진정으로 국가를 위해 한다는 생각을 갖고 하라고 충고하셨다”며 “천국에 가서 어렵게 사시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쁘게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최신자 여사와 자녀 이지형·이성은·이지은 씨, 며느리 조재희 씨와 사위 구본천·오정석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6일 오전 6시30분 서울 소망교회 선교관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박종필/박주연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