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 대신 애플 택한 서울시향의 파격…말러 1번 음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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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X애플뮤직 클래시컬"전 세계에 거대한 가족을 가진 애플과 작업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을 통해 많은 분이 서울시향의 음악을 들어주길 바라요."
올해 1월 츠베덴 취임 연주 음원으로 공개
말러 전곡 사이클, 첫 포문 열어
공간음향으로 생생함 살렸다
"말러 교향곡, 오케스트라 성장에 매우 중요"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64·사진)은 23일 서울 애플 명동에서 연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 쇼케이스에서 이같이 말했다.지난 18일 츠베덴 감독이 올해 1월 서울시향 취임 연주회에서 선보인 말러 교향곡 1번 실황 연주가 애플뮤직 클래시컬에서 음원으로 공개됐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 실황과 지난 4~5월 같은 장소에서 추가 녹음한 연주를 편집한 결과물이다.
츠베덴 감독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하는 공연에서도 말러 교향곡 1번을 지휘했다"며 "말러 교향곡을 정기적으로 연주하는 것은 악단의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또한 2011년 정명훈 당시 음악감독 지휘로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같은 곡을 음반으로 발매한 적 있다.
그간 클래식계에서는 도이치그라모폰, 데카(DECCA) 같은 유명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공개해 왔다. 이번처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단독으로 음원을 공개한 사례는 국내에서는 서울시향이 처음이다. 웨인 린 서울시향 부악장은 "음악을 듣는 경험을 향상해준다면 새로운 기술과 청취 환경을 100% 지지한다"며 "연주회에 오지 못하는 분들이 직접 와서 음악을 듣는 것 같은 경험을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음원에는 소리가 모든 방향에서 들리도록 하는 '공간음향'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실감 나는 음악 사운드뿐 아니라 공간이 가진 사운드까지 구현해 실제로 공연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톤마이스터 최진과 함께 악기 특성에 맞는 마이크 50여 개를 동원해 음악을 녹음하고 스튜디오에서 믹싱 작업을 거쳤다.
이날 함께 자리한 최진 감독은 "공간음향은 디테일이 떨어질 거라고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사실 공간음향의 특징은 공간감과 더불어 오케스트라나 연주자가 눈앞에 있는 듯한 느낌을 구현하는 디테일이 살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츠베덴 감독은 5년의 임기 내에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해 녹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말러는 청취자들을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태우는 음악가로, 미술에 비유한다면 보는 이를 그림 속으로 빨아들여 작품의 일부가 되게 하는 사람"이라면서 "그의 곡을 꾸준히 연주하다 보면 더 완성도 높은 오케스트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말러의 음악에는 주로 자연이 있습니다. 여러 악기군을 활용해 자연을 표현했어요. 교향곡 1번의 오프닝을 보면 이른 새벽 자연이 깨어나는 것을 묘사했죠. 또, 말러는 자기 자신의 감정과 개인의 삶을 오롯이 음악에 담았어요. 교향곡 9번을 보면 말년에 그의 심장이 좋지 않았는데, 그 불안정한 맥박까지도 음악으로 표현했죠."
2008년부터 16년간 서울시향 부악장을 맡은 웨인 린은 "츠베덴 감독님은 아주 큰 비전을 갖고 있고, 단원들에게 요구하는 바도 많다. 엄격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만큼 서울시향의 성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세계적인 악단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츠베덴 감독은 "(부악장이) 엄격한 사랑이라고 표현했는데, 절대 사람을 향한 엄격함이 아니고 음악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완벽함을 추구하고, 날마다 더 나은 사운드를 지향한다는 의미로 알아달라"며 웃었다.
서울시향은 내년 1월 말러 교향곡 2번을, 2월에는 7번을 녹음한다. 츠베덴 감독은 "내년 녹음하는 말러 2번 '부활'은 말러 교향곡 9개 중에서도 특별히 들어보기를 권한다"며 "특히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뉴욕필하모닉의 말러 2번 음반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음악이 종교라면, 악보는 경전이고 말러의 부활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경전이죠. 번스타인의 말러를 추천하는 이유는 당시 센세이션한 해석을 보여준 레코딩이었기 때문이에요. 번스타인은 제게 지휘를 권유한 멘토이기도 해요. 네덜란드 출신인 츠베덴 감독은 바이올리니스트로 시작해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에서 최연소 악장을 맡았다. 이후 지휘자로 전향해 댈러스 교향악단, 뉴욕 필하모닉, 홍콩 필하모닉 등에서 음악감독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서울시향을 이끌고 있다.
그는 취임 후 장애인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를 개최하고 연주회에 서울시민 100명을 초대하는 등 클래식 공연의 저변을 넓히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츠베덴 감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들로 인해 사회 공헌에 뜻을 갖게 됐고, 1997년 자폐 아동의 음악 치료를 위한 '파파게노 재단'을 설립한 바 있다. 그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을 보면서 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최대한 다양한 관객을 포용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우리 시대의 키워드는 포용성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5월 소외 계층을 위한 특별한 콘서트를 열었는데 진정한 목표는 모든 음악회에 소외 계층이 참여하는 것입니다.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