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 베이지북 "인플레이션 완화됐지만 기업 영업이익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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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지역 중 2곳만 성장미국 중앙은행(Fed)이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인플레이션과 고용 지표 등은 개선됐지만 기업활동과 기업의 영업이익이 소폭 줄면서다. 다음 달 Fed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 완화했지만 꽁꽁 닫힌 지갑
美 대선, '소비 및 투자 지연' 요인으로 꼽혀
Fed는 23일(현지시간) 발표한 베이지북(경기 동향 보고서)에서 "지난 9월 초 이후 대부분의 지역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다"면서 12개 관할 지역 가운데 2개 지구만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제조업 활동은 대부분의 관할 지역에서 감소했다고 평가했다.Fed는 전국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계란 및 유제품 등 일부 식료품 가격은 인상됐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 추이는 완만해졌다는 설명이다. 지역마다 소비 양상은 엇갈렸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저렴한 대안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은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할인을 추구하고 비필수품에 대해서는 정가 지불을 망설였다"고 설명했고, 시카고연방은행도 "모든 소득의 계층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 시장과 관련해서 Fed는 대체로 안정적으로 성장했지만 임금 인상률은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Fed는 "노동 시장 측면에서 절반 이상의 지역이 소폭 성장했다"며 "대다수의 지역에서 이직률은 낮았고, 해고도 제한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금과 관련해서는 "임금은 대체로 올랐으나 근로자 가용성이 개선되면서 임금 인상 속도는 둔화했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인력난은 다소 해소됐지만, 기술, 제조업, 건설업 등 일부 업종에 한해서는 기술 노동자를 구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 허리케인 밀턴 등의 영향으로 기업 영업이익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Fed는 "국제 원유 및 에너지 가격 하락 등은 생산 업체의 영업이익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허리케인 밀턴은 남동부 지역을 강타하며 농작물에 피해를 줬으며 비즈니스와 관광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고 덧붙였다. 다만 Fed는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전문가들은 장기 전망에 다소 낙관적이었다"고 밝혔다.미국 대선은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베이지북에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불확실성의 원천'이나 '소비자와 기업들이 구매와 투자를 미루는 요인' 등으로 15차례 언급됐다고 분석했다.
베이지북은 12개 지역 연은이 관할 구역에서 은행, 기업, 전문가 등과 접촉해 최근 경제 동향을 수집한 경제 동향 관련 보고서다. 통상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2주 전에 발표하며 매년 8차례 발표된다. 이번 베이지북은 이달 11일 이전에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다음 달 6~7일 열릴 FOMC 회의에서 기초 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엘리자 윙거 블룸버그 경제학자는 "이번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기보다는 연착륙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며 "이러한 평가는 Fed가 금리 인하를 중단할지도 모른다는 시장의 우려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