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센터 '초현실주의'…루이비통재단은 '팝아트'

Art Basel
Paris
아트바젤 파리 빛낸 주요 전시들
지난 20일 막을 내린 아트 바젤 파리를 행사 기간 내 못 갔더라도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아트페어가 열린 그랑 팔레 행사장 바깥에서도 ‘매머드급’ 전시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년 초까지 파리를 대표하는 미술 기관들에서 열리는 주요 전시를 정리했다.

(1) 퐁피두센터 ‘초현실주의’

막스에른스트, '가정의수호천사'(1937) ⓒAdagp, Paris
올해 아트 바젤 파리가 꺼내든 카드는 초현실주의 마스터피스였다.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1924) 출간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기획이다. 아트페어 부스엔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등의 대작이 걸렸고, 페로탕갤러리 등 파리에 거점을 둔 갤러리 40곳에선 초현실주의 관련 전시를 일제히 개최했다.

그 중심에는 파리 퐁피두센터의 간판 전시 ‘초현실주의’가 있다.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꿈과 환상, 우주, 에로스, 키메라 등 13개 주제에 걸쳐 조각과 회화 500여 점을 걸었다. 마그리트의 대표작 ‘빛의 제국’, 달리의 문제작 ‘위대한 자위행위’, 사진 역사상 최고 가격에 낙찰된 만 레이의 ‘앵그르의 바이올린’ 등 원화를 한꺼번에 감상할 기회다. 내년 1월 13일까지.

(2) 피노 컬렉션 ‘아르테 포베라’

피노 컬렉션 '아르테포베라' 전시.
퐁피두센터에서 서쪽으로 10분가량 걷다 보면 둥근 돔 형태의 지붕으로 덮인 건물이 나온다. 세계적인 럭셔리 그룹 케링의 창업자 프랑수아 피노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부르스 드 코메르스(BdC)-피노 컬렉션이다. 예전에 증권거래소로 사용됐던 건물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손길을 거쳐 2021년 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

지난 9일부터 이곳에선 ‘아르테 포베라’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아르테 포베라는 ‘가난한 미술’이란 뜻으로, 1960년대 이탈리아 화가들이 보잘것없는 재료들을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 데서 유래했다. 아카시아 가시 등 식물을 활용한 주세페 페노네, 석탄과 고철로 산업혁명 이후의 세계를 묘사한 야니스 쿠넬리스 등 작가별 개성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20일까지.

(3) 루이비통재단 미술관 ‘팝아트’

톰 웨슬만, '입#14(마릴린)'(1967)
파리 서쪽 외곽의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에선 ‘팝 포에버: 톰 웨슬만 &…’가 열리고 있다. 20세기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팝아트의 성장 과정을 아우른 전시다. 담배를 문 여성의 입술을 그린 ‘스모커’로 잘 알려진 미국 팝아트 거장 톰 웨슬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거장부터 데릭 애덤스, 제프 쿤스, 쿠사마 야요이 등 동시대 블루칩 작가까지 폭넓게 만나볼 수 있다. 한국 작가로는 서도호가 참여했다.

굳이 한 가지 흠을 꼽자면,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가장 가까운 역에서 1㎞ 정도 숲길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샤를드골에투알역에서 20분마다 출발하는 전용 셔틀버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시는 내년 2월 24일까지.

파리=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