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원 사전투표 열풍…우세 자신한 트럼프 "나도 할 것"

美대선 사전투표 2600만 돌파

애리조나·네브래스카 등 경합주
공화당원 참여율 과거보다 높아
사기라던 트럼프 적극독려 나서

경합주 찾은 해리스·오바마도
"사전투표 해야 우리가 승리"
< 경합주 찾아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거리 유세를 하던 중 유명 음식점인 델리카트슨에 들러 유권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 막바지 유세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지블런의 한 교회에서 기독교계 유권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타운홀 행사가 끝난 뒤 밖으로 나와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자 수가 2600만 명을 넘으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사전투표에 부정적이던 공화당이 전략을 전환하자 공화당 유권자의 참여가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전투표를 선거 조작의 근원이라고 비판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사전투표 의향을 밝히며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경합주도 공화당 사전투표 우세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사전투표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인 이날까지 사전투표자가 26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약 2억4400만 명의 10.65%다. 사전투표소에서 직접 투표한 사람이 1074만 명, 우편으로 투표지를 보낸 유권자가 1571만 명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6일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시작으로 26일 플로리다·뉴저지·뉴욕주 등이 마지막으로 사전투표를 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 공화당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경합지 중 하나인 네바다주는 이날까지 공화당원 13만1516명이 투표해 민주당원을 1만1718명 앞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강한 공화당세에 맞서기 위해 민주당이 사전투표에 의존해 온 네바다주에서 이례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텃밭인 캔자스·루이지애나주뿐만 아니라 경합주인 애리조나·네브래스카주에서도 공화당이 우세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금까지 회수된 우편 투표 용지 중 49%가 민주당원, 31%가 공화당원이었다. 지난 대선 당시 비율은 각각 52%, 24%였다.

사전투표 열풍에 힘입어 일부 주는 일일 사전투표자 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이날 12만7792명이 사전 투표에 참여해 종전 기록인 2022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7만 명을 뛰어넘었다. 조지아주에서도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15일 종전 기록(13만6000명)의 두 배가 넘는 30만여 명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전투표가 미국 민주주의의 항구적인 제도로 정착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우편투표 사기라던 트럼프도 선회

공화당이 이번 사전투표에서 약진하는 것은 2020년 대선 당시 본투표를 고집하며 쓴맛을 본 공화당이 전략을 바꾼 결과로 풀이된다. 공화당은 지난 몇 달간 사전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디지털 광고, 전화, 옥외 광고 등에 수백만달러를 지출했다. 공화당 내 일부 부정선거론자들도 이번에는 사전투표를 장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도 사전투표를 할 것”이라며 부정적이던 기존 입장을 바꿨다. 이어 “공화당원들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우리를 위해 투표하고 있다”며 “사전투표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원인으로 사전투표를 꼽으며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비난했다.

이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각은 최근까지 변함이 없었다. 지난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 연설에서 “조기 투표, 늦은 투표 모든 것이 너무 우스꽝스럽다”며 “시민권 증명서를 갖고 당일 투표, 종이 투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는 “45일 일찍 투표할 수 있는 멍청한 제도가 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재차 꺼냈다.미국 매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대선 승리를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전투표 조작설을 끊임없이 제기하면서 공화당의 사전투표 캠페인을 방해한다는 여론이 당 일각에서 제기됐다”며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측근들의 조언을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역시 경합주를 찾아 사전투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이곳 위스콘신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지가 될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조기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9일 사전투표를 시작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오늘 몇 가지 기록(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을 깰 것”이라며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