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금리 연일 급등…글로벌 금융시장 흔든다
입력
수정
지면A23
10년물 年 4.3% 육박미국 국채 금리가 연일 오르며 뉴욕증시 상승세가 꺾이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지난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하는 등 달러화도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다음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고율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채권 이자가 치솟자 호황에 가려진 미국 정부의 부채 우려도 되살아나고 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 높아지자
'고율 관세'로 인플레이션 우려
달러화 강세, 각국증시는 약세
금리 치솟자 美 부채 우려 부상
○금리 급등에 주식·외환시장 ‘출렁’
23일(현지시간)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장중 전날보다 0.054%포인트 상승한 연 4.256%까지 치솟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로 지난달 중순 연 3.6%대로 떨어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한 달여 만에 0.5%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경기 호조로 Fed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미 노동부는 지난주(10월 13~1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22만7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1만5000건 줄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4만2000건)를 밑도는 수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 상승세에 따른 채권 트레이더의 금리 상승 베팅도 급증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엔 60% 이상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관세는 상품 가격에 반영돼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내년 초 연 4.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각국 증시엔 찬물이 끼얹어졌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전날보다 53.78포인트(0.92%) 낮은 5797.42로 장을 마감했고, 나스닥지수 역시 하루 새 296.48포인트(1.60%) 떨어진 18,276.65를 기록했다.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6포인트(0.30%) 내린 518.84에 마감했다. 같은 날 엔화는 달러당 153엔, 유로화는 0.93유로까지 오르는 등 달러화 강세가 지속됐다. 달러인덱스는 한때 104.57까지 오르며 지난 7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22.54포인트(0.68%) 내린 3280.26으로 마감했고, 한국 코스피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8.59포인트(0.72%) 내린 2581.0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닛케이지수는 장 초반 하락세였으나 이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우리의 금융 정상화 대응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발언한 데 힘입어 외국인 투자자가 유입돼 전날보다 38.43포인트(0.10%) 오른 38,143.29로 장을 마감했다.
○되살아난 美 재정적자 인플레 우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선 후 미국 정부 재정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미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재정 적자를 늘리는 공약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재정 적자로 대규모 국채 발행이 지속되면 시장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연방정부 재정 적자가 전년 대비 약 8% 많은 1조8330억달러를 기록하며 총부채 규모가 35조8000억달러(약 4경9400조원)를 돌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발표한 연례 재정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정부 부채 비율이 2029년이면 국내총생산(GDP)의 140%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일/한경제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