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 홀로 크는 인도"…인구 절반 MZ·중산층이 내수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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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인도 경제‘어둠을 이겨낸 빛의 축제’로 불리는 디왈리(Diwali)를 앞둔 지난 22일 오후 10시 인도 뭄바이. 시내 중심 번화가 로어 파렐에 자리한 쇼핑몰 피닉스팔라듐은 축제 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피닉스팔라듐은 뭄바이 중산층이 주로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한인은 “중산층이 늘고 있다는 점을 쇼핑센터에서 체감한다”며 “작년엔 반드라쿨라콤플렉스(BKC)에 지오월드플라자 같은 프리미엄 몰이 들어서 도시가 한층 부유해진 느낌”이라고 했다.
(3) '폭발적 내수시장'이 글로벌 기업 빨아들인다
'연 7% 성장' 부유해진 나라
정부도 기업유치 '지원사격'
○뜨거운 인도 소비 시장
현지에서 만난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이 인도로 몰리는 이유에 대해 “강력한 내수 시장 성장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약 30조원을 굴리는 인도 현지 대체투자 자산운용사 에델바이스얼터너티브의 벤캣 라마스와미 대표(CEO)는 인도를 ‘성장이 사라지는 시대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커지는 나라’로 평가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 소비 시장은 2030년까지 연 12%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내수 호황은 연 7%를 웃도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인도 GDP에서 가계 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안팎에 달한다. 인도 인구·경제 연구기관인 프라이스는 연 50만~300만루피(약 820만~4900만원)를 벌어들이는 인도 중산층 비율이 2031년 47%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10년 전보다 16%포인트 높아지는 것이다. 중위연령이 27.9세에 불과하다는 점도 글로벌 기업들이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중산층 형성과 함께 내구 소비재, 산업재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인도 기업행정부(MCA)에 등록한 외국 법인은 올 3분기 말 기준 5194곳으로 5년 새 328곳(6.7%) 늘어났다. 김민수 CMK투자자문 대표는 “중국의 1인당 GDP가 2000달러대에서 6000달러대까지 늘어나는 구간에 소비 시장이 가장 빠르게 커진 것을 지켜본 기업들이 인도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과 채찍’ 든 모디노믹스 3기
인도 정부는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에 인도의 풍부한 내수 호황을 누릴 티켓을 나눠 주고 있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메이크 인 인디아’는 인도 정부가 내건 대표적인 ‘채찍’이다. 인도 내수 시장에 진입하려는 글로벌 기업은 현지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 당근은 메이크 인 인디아 후속 조치인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 정책이 대표적이다. 인도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 제도 도입 후 삼성 마이크론 애플 현대자동차 기아 LG 등 글로벌 기업이 줄줄이 인도에 연구개발(R&D) 센터와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올해로 3기째를 맞은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더 기업 친화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월엔 세금 인하를 꺼내 들었다. 인도 정부는 2019년 법인세율을 30%에서 22%로 대폭 인하했다. 하지만 외국 법인의 법인세율은 기존대로 40%를 유지했다. 그랬던 인도 정부가 5년 만에 외국기업 법인세율을 40%에서 35%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아밋 찬드라 베인캐피탈 인도 법인 대표는 “인도는 강력한 내수 경제를 바탕으로 제조업을 육성하기 시작해 ‘세계의 공장’이 돼 가고 있다”며 “제조업 증가는 내수 활성화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글로벌 기업이 인도에 R&D 거점을 두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풍부한 인적 자원이다. 인도의 한 해 대학 졸업자는 250만 명에 달한다. 라마스와미 CEO는 “한 국가 안에서 고학력자를 인도만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이 화이트칼라 집단이 새로운 소비 계층으로 부상해 내수를 일으키는 돌풍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뭄바이=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