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메이드> 작가 "호텔 방에서 청소부와 눈이 마주친 게 추리 소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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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쓴 니타 프로스“저는 원래 출판사 편집자였어요. 2019년 런던 도서전 출장 가서 머물던 호텔에서 메이드(객실 청소부)와 마주친 경험이 저를 작가로 이끌었습니다.
출펀사 편집자로 일하다 추리소설 작가 돼
호텔 방에서 메이드와 마주친 후 영감 받아
취재 위해 직원처럼 옷 입고 호텔 잠입하기도
최근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캐나다 소설가 니타 프로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메이드>를 데뷔작으로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회의를 마치고 잠깐 올라간 방에서 메이드와 마주쳤어요. 서로 깜짝 놀랐죠. 구석으로 뒷걸음질 치는 메이드 손에는 제가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땀에 전 조깅 바지가 들려 있었어요.”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메이드가 얼마나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인지, 메이드가 객실 고객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며칠 뒤 집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주인공 몰리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종이가 없어 컵 밑에 있던 냅킨에 받아 적었죠. 그게 <메이드>의 서문이 됐습니다.”
그 서문은 “나는 당신의 메이드다. 당신이 객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내가 무엇을 보게 될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신나서 구경하러 나갈 때 유령처럼 방에 들어가 청소하는 사람이다.”로 시작한다. 2022년 출간된 이 추리소설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프로스는 앤서니상, 배리상, 굿리즈 초이스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한국엔 2023년 출간됐다. 주인공 몰리는 사회성이 부족하고 소통 장애를 가졌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품성을 지닌 메이드다. 어느날 호텔방에서 악명 높은 재벌 회장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독특하고 미심쩍은 행동 탓에 몰리는 단순한 목격자가 아닌 용의자로 의심받게 된다. 책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몰리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것처럼 묘사된다. 프로스는 “몰리의 병명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었다”며 “독자가 그런 것을 알지 못한 채 몰리로서 생활하고, 몰리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판사에 들어가기 전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잠깐 했다. 어떤 아이는 앞뒤로 몸을 흔들었다. 어떤 아이는 ‘과거를 갖고 다니면 마음이 안정된다’며 항상 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 견학도 다녔는데, 박물관이 아니라 커피숍 같은 곳들이었다. 아이들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사회에 이런 아이들을 보여주고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프로스는 “몰리 캐릭터를 만들 때 학생들의 가장 좋았던 점을 모아 만들었다”며 “아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했다. 그는 “셜록 홈스라는 전형이 있는 추리소설을 어떻게 하면 색다르게 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몰리는 그런 점에서 독특하다”고 말했다. 셜록 홈스라면 현장에 남겨진 증거를 토대로 바로 범인을 찾아냈겠지만, 몰리는 평범한 사람도 알법한 증거를 놓친다. 대신 사람들이 놓친 것을 몰리는 본다. 거기에 소설의 묘미가 있다.
진짜 어느 호텔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사실적인 묘사도 돋보인다. 공을 들인 취재 덕분이다. 그는 “호텔 직원들이 입을 법한 검은 바지와 흰색 셔츠를 입고 호텔에서 어디까지 들어가 볼 수 있나 시도 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